복습(復習)
/이복현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마음껏 낙서를 하고 싶은 하늘
노인학교 다니시는 어머니가 마당에 나와 서서
손가락 끝으로 빈 하늘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어머니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하늘에 상상의 구름글자 한 자씩 생겨난다.
가갸 거 겨 고 교 구 규 …
줄도 열도 안 맞게 삐뚤빼뚤
빈 하늘을 채우는 꿈의 글자들
“어머니, 지금 뭐 하세요?”
“으응, 어제 배운 글자를 복습하는 겨,
안 까먹으려고 하늘에다 자꾸만 써보는 것이지”
“봐라, 하늘이 저렇게 파란 칠판 같잖여?”
■ 이복현 1953년 전남 순천 생, 동국대행정대학원(석사) 및 서울대법학연구소 수료.1994년 중앙일보, 1995년 시조시학을 통해 데뷔, 1999년 대산창작기금(시 부문)을 받고, 첫 시집 ‘따뜻한 사랑 한 그릇’ 외 1권의 작품집을 냄. 등단 후 중앙일보, 문학과의식, 문학사상, 현대시, 시평, 유심, 시와경계, 작가마루 등 약 30여 일간지 및 문예지에 시와 시조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음. 현재 법무사로 일하며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이사로 활동, 한국시인협회(상임위원), 한국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