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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문화해설사 직종 없어질까 걱정돼요"

[코로나19, 그리고 삶]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동시에 멈춘 문화해설
[인터뷰] 수원 화성 문화관광해설사 임순이, 양경희 씨

 

 

"말하는 직업인데, 말을 못하니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수원 화성 문화관광해설사 임순이(66), 양경희(61)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4개월 넘게 일을 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관광업계는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불붙기 시작한 지난 2월 25일, 수원의 대표 관광명소인 화성의 문화해설 업무는 멈췄다.

 

지난해에만 7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은 수원 화성(행궁 포함)이다. 봄·가을이면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 주말엔 가족 단위 나들이객,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외국인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해설사들은 많게는 하루 3~4팀을 대상으로 매회 50분가량 해설을 진행했다. 20년 가까이 화성 해설을 맡고 있는 임 씨는 하루 8번, 총 7시간 가까이 해설을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해설을 하고 있는 양 씨는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가 비대면 시대로 가고 있는데, 문화해설은 관광객을 대면해야 하는 일이라 이 직종이 없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고 염려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문화해설이 사라질 순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문화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는 슬기로운 문화해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200여 명의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있다. 그 중 경기도에는 500여 명, 수원에는 52명의 해설사들이 활동 중이다.

 

해설사는 엄밀히 말해 직업이 아닌 소정의 활동비를 받는 자원봉사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말하는 해설사라는 일에 대해 듣고 있자니 애정과 자부심은 웬만한 전문직 못지않았다.

 

임 씨는 "정조대왕의 정치철학, 백성 사랑의 정신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관심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이 요즘 가장 우려하는 것은 매년 가을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제'가 취소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10월 열려야 하는데, 코로나19가 확산세가 도무지 줄지 않고 있다.

 

올해로 57회째를 맞는 화성문화제는 수원의 대표적인 전통문화관광축제로, 지난해에는 36만 8000여 명의 관람객들이 참여했다.

 

앞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두 사람 모두 좌절만 하지 않고 현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있다.

 

양 씨는 "일을 쉬는 동안 역사나 문화 관련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봤다"며 "코로나 사태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한 마디로 내실을 다지고 있는 시간"이라며 "앞으로 관광객들에게 더 질 높은 문화해설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임 씨는 체력 단련에 한창이다. 해설사는 한 번 현장에 투입되면 한 시간 가까이 쉴 새 없이 해설을 풀어놔야 한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특별휴가라고 생각한다"며 "일을 쉬는 동안 북한산성을 8번이나 다녀왔다"고 말했다. 팔달산, 광교산은 물론 최근엔 30년 만에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올랐다는 그는 "아직도 내 다리에 힘이 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해설사들 사이에선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임 씨에 따르면, 수원문화재단과 활동 재개 방안을 논의 중이고, 전국 단위 해설사단체협의회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이 같은 논의를 하고 있다.

 

임 씨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마련해야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10명 이하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해설하는 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씨 역시 "대다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면 시간도 촉박하고 풍부한 해설이 안 된다"며 "소규모 단위 대상으로 바뀌면 소통도 더 잘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노성우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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