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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산벚나무 이별 방식

산벚나무 이별 방식


/하두자
꽃자루를 다 털어내고
하루 사이 폭삭 늙었습니다

 

반쯤은 햇살 반쯤은 그늘
꽃잎과 입술을 새겨놓고
멀리 달아납니다

 

꽃내를 머금은
일요일이 떠나갑니다
잃어버린 말 잊어버린 이름은 서둘러 지우고
당신의 시간에 나를 포갭니다

 

떠나온 어제와 떠나갈 내일 사이
젖은 꽃잎을 따라 나는 하염없이 젖습니다

 

하염없다는 말
나는 익숙한데 당신은 낯설다고 합니다
나는 마지막이라서 머뭇거리는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을 말합니다

 

슬슬 제 몸을 불리던 먹구름
점점 속도를 냅니다

 

떨어지는 꽃잎이 발등을 덮는 동안
당신은 말이 없고 나는 수다스러워집니다

 

우리는 끝없이 
산벗나무 아래로 귀결되는 중입니다

 

■ 하두자   1953년 부산 출생. ‘심상’으로 등단. 시집에 ‘물수제비 뜨는 호수’, ‘물의 집에 들다’, ‘불안에게 들키다’, ‘사과는 둥글고 악수는 어색하게’. 리토피아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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