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對酌
/이동재
혼자 마시기 아까워
매화나무에 먼저 한 잔 줬다
얼마 후 매화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폈다
혼자 마시기 미안해
살구나무에도 또 한 잔 뿌렸다
다시 얼마 후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혼자 마시기 영 거시기 해
개 밥그릇에도 한 잔 가득 따라줬다
밥그릇을 핥자마자 아무나 보고 짖었다
이 모든 걸
기우뚱한 반달이 보고 있었다
■ 이동재 1965년 강화 교동도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및 국문과 대학원 졸업. 시집으로 ‘주 다는 남자’ 외 다수의 시집과 소설집 및 저서가 있다. 현재 터키의 에르지예스대학 한국어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