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20.6℃
  • 흐림강릉 16.0℃
  • 흐림서울 22.4℃
  • 흐림대전 24.4℃
  • 구름조금대구 27.2℃
  • 구름조금울산 25.1℃
  • 구름조금광주 28.2℃
  • 구름조금부산 24.3℃
  • 구름조금고창 ℃
  • 흐림제주 24.8℃
  • 흐림강화 18.3℃
  • 구름조금보은 23.6℃
  • 맑음금산 24.5℃
  • 구름조금강진군 29.8℃
  • 맑음경주시 27.8℃
  • 구름조금거제 28.9℃
기상청 제공

[창룡문]두부와 간수

“딸랑딸랑딸랑~” “여기 5층이에요, 5층입니다.” 고개를 들고 목을 꺾어 바라보니 아파트 5층에서 젊은 남자가 두부를 주문한다. 그 순간 두부장수 아주머니 표정이 안타깝다. 두부 한 모를 팔기 위해 지금 저 5층까지 걸어 올라야 하나. 그 순간에 하늘에서 동화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5층에서 주황색 빨래줄에 매달린 플라스틱 장바구니가 내려온다. 두부 한모값 1천원이 바구니안 빨래집게에 매달려있다. 쌍둥이 남매를 키우던 1995년의 추억담이다. 이렇게 두부를 사서 지지고 조리고 살짝 데쳐서 아이들 반찬으로 먹였다.


두부의 용처는 다양하다. 시골에 살 때 할아버지 생신 3일전에 콩을 담그고 잔치 전날에 불린 콩을 갈았다. 자루, 삼발이, 맷돌 등 준비를 잘 갖추고 콩을 갈려하는 순간에 맷돌 나무손잡이를 찾지 못하면 ‘어처구니’가 없는거다. 1980년대 시골 공무원들은 두부김치찌게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매월 20일 봉급날에만 가능한 호사다. 신김치, 두부 그리고 생돼지고기는 홍어 삼합만큼이나 어울리는 식재료다.


흰 두부는 새벽녘 교도소 앞에서도 쓰임이 있다. 출소한 자식과 친구에게 흰 두부를 먹였다. 앞으로는 흰 두부처럼 착한 마음으로 더 이상 죄를 범하지 말자는 다짐, 주술적 의식이다. 흰 두부이기에 다행이다. 교도소 앞에서 초콜릿색 묵사발은 안 되겠다. 창포묵도 하늘거려서 먹이기에도 어려울 것 같다. 교도소에 다시는 가지 말자는 의식에서 두부를 대체할 소재는 아직 없어 보인다.


두부는 콩으로 만든다. 메주도 콩으로 만든다. 콩을 두부로 변신시키는 역할을 하는 촉매는 ‘간수’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까지 ‘간수’의 안내로 교도소를 나와 간수가 만들어낸 두부를 먹는다. 두부를 만들어낸 간수는 역할이 끝나면 물과 함께 빠져 나간다. 두부를 먹는 교도소 정문까지 안내한 간수도 역시 슬그머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에게는 흰 두부를 먹은 사람과 영양가 높은 두부만 남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언쟁이 격해지면 왜 ‘콩밥을 먹인다’고 하는 것일까. 앞으론 흰 두부만 생각하기 바란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