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단지가 들어선 이후 인천의 대표적 관광명소였던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부지가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천막에서 무허가로 차량을 정비하거나 해체작업까지 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인한 토양오염 우려와 함께 날림먼지 공해도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24일 찾은 옛 송도유원지 부지 현장에는 명분은 수출용이라지만 폐차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훼손된 차량들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었다. 심지어 파손정도가 심각해 정비과정을 거치기도 어려워 보이는 차량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단지 내 몇몇 장소에서는 대형 천막 아래 자동차 해체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불법인지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작업자들은 “우리는 그저 시켜서 할뿐 그 이상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곳곳에 오랜 기간 방치된 듯한 녹슨 차량들과 정비 및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들. 누가 봐도 토양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이 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은 단지 안의 비포장도로에서 번호판도 없는 차량을 운전하며 눈을 뜨기조차 힘들 정도의 날림먼지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행정적 지도 단속에 나서야 할 연수구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구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단지 안에서 이뤄지는 중고차 정비나 해체행위는 자동차관리법 상 모두 무허가이며 민원이 잦은것도 사실”이라면서 “강제집행명령과 함께 스티커를 발부하고 정기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장면은 ‘정기적이고 강력한 단속’과는 분명 거리감이 있었다.
현재 이 부지는 인천도시관광으로부터 임대 받은 싸이칸홀딩스가 프로펙트라는 회사에 재임대를 준 상태다.
인천도시관광 관계자는 “업체에 임대를 준 것은 맞다”면서도 “그 업체가 또다시 어느 곳에 임대를 줬는지 알 수 없고 관리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프로펙트 관계자는 “무역회사 200~300곳에 임대해 줬다”면서도 “보관된 자동차 수 등은 알 수도 없고 모든 사항은 영업비밀이기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누가 봐도 무질서와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는데, 관계당국은 왜 미온적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행정적 차원에서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사법기관이 나서서라도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재경·김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