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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기니피그

 

 

이름에 돼지가 들어가지만 몸 길이 30센치 정도의 쥐목에 속하는 설치류다.

 

쥐와 함께 의료 실험체로도 많이 쓰이는데,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하고 있다. 애도를 표한다.

 

갑자기 웬 기니피그 얘기를 꺼내는지 의아해 할 것 같다. 풀어보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정책은 무려 20여차례가 넘었다.

 

역대 이런 정권이 있었을까? 특히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은 고가주택 보유자와 실거주 1주택자, 무주택자 등 모두로부터 만족할 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주의 국가'라는 비난까지 듣고 있다.

 

작금의 모습은 일단 해보고 안되면 다른 것으로 해보자는 식이다. 마치 기니피그에게 이것저것 바이러스와 치료제를 주입해 보고 가장 효과적인 약품을 찾는 것과 흡사하다.

 

그런데 국민들은 기니피그가 아니다. 실험실에서 최적의 치료제나 백신을 찾는 실험체가 아니란 것이다.

 

수많은 부동산 전문가들과 정책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정책을 결정한다면, 국민들이 이처럼 정부의 '무능함'을 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도저식 정책 밀어붙이기가 불러온 폐해다.

 

이런 비난을 알아차린듯 정부는 시각을 코로나19로 돌렸다. 꺼질듯 했던 코로나19 확산은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대규모 집회를 기점으로 재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했고, 수도권에서는 오는 13일까지 1주일 더 연장했다.

 

국민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코로나19와 재난지원금으로 옮겨갔고, 온라인에서 불붙었던 부동산에 대한 불만은 한동안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시선을 돌려보자. 뛰는 집값, 코로나19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어쨌든 부동산 시장은 급락했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누가 볼 것인가. 공인중개사? 아니면 문어발식 갭투자자? 아니면 집 한채 갖지 못하고 있는 서민? 모두가 다 피해자다.

 

얼어붙은 시장에서 공인중개사는 수수료를 받지 못할테고, 다주택 소유자는 매매가 안돼서 늘어난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할 위기에 처했고, 서민들 역시 나오지 않는 물량과 주택담보율 상승으로 집을 얻기가 요원해졌다. 정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인다면 광역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이 추가된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8월 아파트 매매량은 7177건으로, 전달인 7월 2만2336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6월 3만4899건에 비교해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인천도 비슷하다. 6월 6778건, 7월 3385건, 8월 1306건으로 5분의 1로 '확' 줄었다.

 

이같은 거래량은 지방재정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

 

광역지방정부의 최대 세수입은 취득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거래로 얻어진다. 이같은 수입을 통해 한 해의 예산을 계획한다. 인건비 등 고정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인 복지정책 등에 투자한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세수입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60% 정도이다. 지난해 걷힌 지방세 12조5000억원에서 추산하면 약 7조5000억원이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는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 세수입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본격 이사철이었던 8월에 매매량이 급감한 것을 보면, 올 연말까지도 별다른 호재가 뜨지 않는 이상 세수 감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같은 세수입 감소는 지방재정 운용의 자율성을 크게 줄이는 형태로 이어진다.

 

지방정부의 각종 복지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으로, 경기도의 경우 지역화폐 사업, 청년기본소득, 군복무 보험 사업,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 등 주요 사업이 재정난으로 정상적인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되면서, 지방정부는 중앙 정부에 의존하는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퇴행을 맞을 수 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물론 문민정부 이래 30여년 가까이 발전시켜 온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본권력'에 의해 퇴행하는 모습을 현 정부가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고, 국민들 또한 그렇게 믿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민심과 어긋나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며 혹시 내가 '기니피그'가 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뿐이다.

 

[ 경기신문 = 유진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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