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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의 '마리아' 이태은 야고보 수녀

[월요초대석] 인천 꽃동네회관 관장을 맡고 있는 이태은 야고보 수녀
노숙인도 사람이다는 말 아직도 기억에 생생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 해준 것이 바로 나(예수)에게 해준 것이다’ 성경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말이다.

 

인천 꽃동네회관엔 이 구절이 벽에 붙어 있다. 이곳 관장인 이태은 야고보 수녀는 매주 화요일 밤 동인천, 부평, 동암, 주안역 등을 돌며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나눠준다.

 

지난 8일 기자와 동행한 봉사에서도 이태은 수녀와 노숙인들은 서로 친구를 대하듯 농담도 하고 실랑이를 벌이며 격의없는 모습이었다.

 

부평역 앞. 수녀 일행의 차가 멈춰서자 노숙인들이 몰려들었다. 일행은 일렬로 선 노숙인들에게 검은 봉투를 하나씩 나눠줬다. 안에는 닭다리 1개와 빵, 밥, 국, 김치 그리고 소화제가 담겨있었다. 수녀 일행은 노숙인들이 입을 옷가지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도 챙겨줬다.

 

“IMF 이후 많은 분들이 어려워지면서 노숙인이라는 말이 생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그냥 부랑인이라던가 걸인으로 취급했거든요. 노숙인이라는 말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됐죠.”

 

20대 후반 그녀는 대학원 졸업 이후 과학자를 꿈꾸며 실험실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부경쟁에 회의를 느끼던 차 우연찮게 발길이 닿는 곳으로 갔고, 그곳이 꽃동네회관이었다.

 

한 동안 그곳에서 머리를 식히다 1998년 수녀로 입문했다. 지금이야 각계에서 후원이 들어오는 등 도움의 손길이 있지만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제가 여기 오고 배식활동을 했을 때 민원들이 많았습니다. 길거리에서 밥을 먹는게 보기 안좋다, 비위생적이다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날씨에 따라 봉사활동 여부가 갈리는 게 가장 힘들었죠.”

 

이후 인천역 인근에 급식소를 하나 만들게 되고, 이곳에서 노숙인들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이곳에서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가량 배식활동을 한다.

 

이태은 수녀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일까? 그녀는 한 노숙인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했을 때라고 꼽았다.

 

“매일 티격태격 싸우던 노숙인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저는 매일 찾아가 끼니와 안부를 물었죠. 어느 순간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같이 병원에 갔는데 복수가 차 위급한 상황이더라고요. 응급 처치를 하고 가평 꽃동네로 이동하는데 그 분이 제 손을 잡으며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줘 고맙다라고 하셨어요.”

 

특히 ‘노숙인도 사람’이라는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이태은 수녀는 말했다. 마태복음 구절처럼 늘 예수를 대한다는 마음으로 노숙인들을 대하는 이태은 수녀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이태은 수녀는 이 말을 꼭 넣어달라고 했다.

 

“제가 노숙인분들을 보며 가장 많이 느낀 건 그들을 지나치던 우리가 한 번이라도 눈길을 주고 관심을 줬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거예요.”

 

[ 경기신문 / 인천 = 김웅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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