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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어떤 아이들이 성공할까

 

아이들 교육용으로 나온 코딩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겨울왕국의 엘사가 모니터 어딘가에 서 있고, 화면의 오른쪽에는 코드를 입력하는 란이 있다. 사용자가 입력한 코드에 맞게 엘사가 선을 따라 움직인다. 캐릭터를 선의 처음 지점에서 끝 지점으로 이동시켜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코딩의 초반부는 간단한 직선 이동과 정사각형 이동이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쉽게 코딩 수식을 찾아낸다. 게임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콧노래를 부르는 친구들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반 친구들이 좌절을 겪는 건 코딩의 6단계부터다. 엘사가 움직이는 각도, 회전하는 횟수, 움직이는 거리 등이 늘어나면서 코딩 수식이 길어지고 복잡해진다. 5단계까지는 틀렸을 때 한 두번 정도 수식을 수정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코딩의 6단계는 11살 아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엘사가 이동하다가 어딘가에서 멈추면 코드 처음부터 전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을 찾기 위해 수식을 전체적으로 다시 짜거나, 코드의 일부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반복된 코드 확인과 수정, 끝없는 실패로 지쳐가는 아이들이 생긴다. 특히 빠른 속도로 단계를 넘어가던 아이들일수록 문제가 막히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컴퓨터실이 탄식과 신음 소리로 점철되던 찰나에 학생 A가 눈에 띄었다.

 

평소에 조용하던 A는 6단계 문제에서도 여전히 흥얼거렸다. 수업 내내 A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결국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흥미로웠던 건 A의 태도였다. 한 손으로는 리듬을 타며 다른 손으로는 엘사가 어떻게 이동할지 허공에 대고 경로를 그렸다. 많은 아이들이 연이은 실패로 얼마 못가 코딩 수업에 흥미를 잃은 것과 달리 A는 끝까지 웃는 표정으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펜실베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엔절라 더크워스가 쓴 책 ‘그릿’에는 어떤 사람들이 성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보편적인 인식으로는 상위 1% 안에 드는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고 일반인들은 노력으로 천재를 이길 수 없다고 믿는다. 이런 인식은 노력보다 재능을 우선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든다.

 

재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모두 곤경에 빠진다. 실제로 재능이 있는 경우도,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능력이 있는 아이들은 노력한다면 천재가 아니게 되니까 노력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일반적인 능력을 가진 경우에는 어차피 노력해봤자 천재를 이길 수 없으니 열심히 하나마나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성장형 마인드를 가진 학생을 제외하면 재능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엔절라 교수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그들에게는 모두 ‘그릿’이 있었다. 그릿은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재능이 있든 없든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그릿이 필요하다. 그릿이야 말로 성공의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성인이 된 후에 능력을 펼치게 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타고난 능력이 부족했지만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마이클 조던, 박지성과 더불어 화가 잭슨 폴락,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앨비스 프레슬리 등이 그렇다. 이들이 자기 분야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천재 칭호를 얻은 것과 다르게, 어린 시절에는 재능이 없으니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악평을 듣거나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지 못해 입단에 실패했던 설움을 겪어야 했다.

 

우리 반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마치겠다. 코딩 수업에서 6단계에 빠르게 도착한 소수의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 중에서 끝까지 시도한 학생이 드물었다. 지속된 실패로 인해 코딩에 흥미를 잃자 과제를 언제까지 풀어야 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문제를 빨리 푸는데 익숙해져서 천천히 답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뒤늦게 6단계에 도착한 많은 아이들 중 끝내 포기하지 않은 학생이었던 A는 다음 코딩 수업에서 마지막 단계까지 클리어했다. 먼저 6단계에 도착한 학생들에게 재능이 있다면 A에게는 그릿이 있었다. 성공은 어떤 아이들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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