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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온 노출’ 독감백신 혼란, 갈수록 태산

확실한 대책 못 내놓고 숫자만 세는 꼴 한심

  • 등록 2020.09.29 06:26:22
  • 13면

‘상온 노출’ 독감백신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상온 노출 가능성이 있는 정부 조달 독감백신을 접종한 이들이 연일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온 국민을 ‘맞아도 걱정’, ‘안 맞아도 걱정’의 사면초가로 몰아넣고도 정부 당국은 그저 접종자 숫자만 세고 앉아있는 꼴이어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접종자는 최대 6개월까지 이상 반응을 추적·관리해야 한다는데,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독감백신의 ‘상온 노출’ 사고 신고를 접수한 다음 “실제로 접종된 사례는 없다”고 발표했던 질병관리청은 27일 “상온 노출 백신 접종사례가 최소 407건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수치는 변경될 수 있다”고도 밝혀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인정했다. 25일까지만 해도 224명이었던 접종자 수는 하루 만인 26일 324명으로 100명이 늘었고, 27일 다시 83명이 추가된 것이다.

 

질병청이 파악했다고 밝힌 신성약품을 통한 독감백신 물량은 578만 명분에 달한다. ‘상온 노출’ 가능성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1차로 품질 검사를 의뢰한 백신 물량은 750도스(1도스=1회 접종분)이며, 현장조사를 통해 검사 대상을 2차로 확대할 예정이다.

 

유통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지만, 방역 당국과 의료기관 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안 돼 사후 대처에도 실패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일부 의료기관이 정부 조달 물량과 유료접종인 민간물량을 분리하지 않고 보관하거나 접종 중단 안내 뒤에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 백신들은 13~18세에게 무료로 접종될 물량이었지만 이를 넘겨받은 일부 병원들은 돈을 받고 성인들에게도 접종했다고 한다.

 

질병관리청이 “상온에 노출된 백신의 오염 가능성은 굉장히 낮고 과도한 불안은 불필요하다”고 밝히고 있고, “아직 이상 반응 발생 보고는 없는 상태”라니 천만다행이긴 하다. 질병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접종 현황 및 이상 반응 발생 여부를 매일 유선으로 확인하고 있고, 지자체별로 접종일로부터 1주일간 유선 또는 문자로 집중 모니터링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접종자에 대한 장기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최대 독감 면역 효과가 지속되는 6개월까지 백신 접종자들의 이상 반응을 감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도 “부작용이 발생할 시 보건소를 통해 질병청에 즉시 보고될 수 있도록 백신 이상 반응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상온 노출’ 독감백신 혼란과 불안을 초래한 정부 당국의 책임은 적지 않다. 이토록 중요한 배송과정을 유통업체의 책임 아래에만 맡겨둔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문제가 생긴 백신 물량의 상온 노출 시간·노출량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신속한 후속 조치로 국민의 불안감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다. 백신 유통의 여러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난 만큼 차제에 국가가 책임지고 백신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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