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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정·봉피양도 선택한 물, 요식업계 러브콜 잇따른 ㈜애니워터

[人SIGHT 코로나19, 희망은 있다] 김기훈 ㈜애니워터 대표
먹고 살려고 시작한 정수기 사업, 음식 장인들의 선택 받아
시화공단 찾아가며 개발한 대용량 정수기, 비용 절감 효과

 

어둠이 짙을수록 아주 작은 불씨도 밝은 빛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를 밝히려고 애쓰는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있어 소개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편집자 주]

 

‘물맛이 좋아야 장맛이 좋다’는 말처럼 깨끗하고 좋은 물은 장류뿐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최근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주방용 직수 정수기 업체 ㈜애니워터는 각종 프랜차이즈 카페들과 미식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맛집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국내서 외국 유명 기업을 제치고 식음료 업계를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인지, 김기훈 ㈜애니워터 대표를 만나봤다.

 

Q. 이력이 무척 독특한데, 귀금속 감정사에서 정수기 사업 대표로 변신한 이유가 궁금하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먹고 살 방법을 찾다 뛰어든 사업이 정수기 관련 일이었다.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는 업종이라서(웃음) 시작했다. 원래 우리도 남의 냉온 정수기를 빌려주거나 판매했다. 당시 워낙 꼼꼼히 관리하다보니 시간이 더 많이 걸렸는데, 들이는 인건비와 노력에 비해 수입이 좋지 않았다. 기존 제품과는 다른 내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먹고 살려고 시작한 정수기 사업이지만 한강 물을 전부 정수하겠다는 남다른 포부로 이어졌다. 렌탈 및 관리를 하면서 ‘정수기 박사(기존 ㈜애니워터 상호)’가 될 때까지 몸으로 뛰며 공부했고, 3년 넘는 시간을 들여 자체 정수기를 개발했다.

 

Q. 보통의 냉온 정수기가 아닌 대용량 직수 정수기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

직접 정수기를 설치하며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지금의 제품을 만들었다. 카페에서 제빙기, 조리수, 커피머신까지 여러 곳에 필터를 달아 사용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필터가 늘어나면 누수의 위험성도 높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하나의 필터로 모든 물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한꺼번에 연결해 사용할 때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필터와 물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본체가 없었다.

 

Q. 해당 문제를 해결할 만한 특별한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있었나.

난 평범한 사람이라 그런 건 없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높은 압력도 버티는 생맥주 통 뚜껑을 떠올리고, 이를 응용한 필터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안산시에 위치한 시화공단에 가서 생맥주 통을 제조하는 공장 대표를 찾아갔다. 그분이 보기엔 무척 어처구니없는 놈이지(웃음). 그곳에서 만들진 않았지만 용접 업체에 가서 견적을 내 보라는 조언을 받아 지금의 제품을 만들었다.

 

㈜애니워터가 외국의 연구소에 의뢰해 받은 유효 정수량은 최근 제품 기준으로 20만~80만 리터에 달한다. 보통 정수기 필터는 수명이 짧아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품질이 나빠지는데, 필터 교체가 쉽지 않은 개인 카페들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었다.

 

 

‘뭘 모르면 좋은 걸 써야 하니까’ 가장 비싼 고품질의 활성탄을 썼고, 무작정 생맥주 통 공장을 찾아가며 대용량 본체를 만들었다. 자체 연구소를 만들어가며 개발한 정수기는 현재 탐앤탐스, 할리스커피 등 카페뿐만 아니라 가보정, 봉피양 등 유명 음식점들도 찾는다.

 

Q. 수입 제품 위주였던 직수 정수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흔히 산골 식당에서 지은 밥을 먹어보면 밥맛이 좋은데, 그런 식당은 수돗물 대신 염소가 들어가지 않은 물로 짓는다. 하다못해 믹스커피를 타도 수돗물로 끓였을 때와 정수로 끓일 때가 다르다.

물론 수돗물 속 염소의 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물맛이 다르다. 요식업계 전문가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수돗물에 들어 있는 염소가 음식 재료로써는 맛을 떨어뜨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 집중했지만 외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음식 맛에 예민한 고급음식점들을 중심으로 정수물로 음식을 하려는 수요가 있다.

 

Q. 인천 수돗물 유충 사건 이후로 깨끗한 물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는지 궁금하다.

해당 사태가 발생하고 우리도 관련 마케팅을 집중 진행했는데 시기상조인 것 같다(웃음). 우리 브랜드가 아직 덜 알려진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물론 인천에서도 규모가 있는 고급 음식점 등에서는 바로 연락이 왔고, 앞으로는 점점 더 영향력이 넓어질 거라 본다. 또 냉온 정수기보다 단순히 정수필터 기능에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

 

Q. 앞으로 ㈜애니워터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회사를 키우거나 직원 복지를 좋게 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등의 욕심이야 당연히 있다. ‘어떻게’는 아니고 단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겠나 싶다. 오랫동안 우리 직원들과 함께 한눈 팔지 않고 정수기를 연구하면서 한길만 팠고, 이제 겨우 시공석을 깔았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계단을 밟아나가려고 한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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