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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여느 해와 다른 추석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5일간의 긴 휴가를 보냈다. 한해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가장 풍요로운 명절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향에도 못 가게 되었다. 추석 연휴 고향 방문이나 여행으로 인한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게 되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여 새로운 대유행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년과는 다른 추석을 맞아 편찮으신 어머니를 뵈러 친정에 다녀왔다. 그런데 전에 없이 교통 체증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친정집 근처가 궁평항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서신에서 궁평항과 제부도로 갈라지기 때문에 더욱 길이 막혔다. 모두 먼 곳의 고향은 못 가고 잠시 나들이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증으로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19'의 '코로나'와 우울하다는 뜻의 '블루(blue)'의 합성어이다.

 

추석 연휴 동안에 아이들 데리고 잠깐이라도 가까운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나왔을 것이다. 모처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평소에 갑갑함을 떨쳐버린다. 성묘도 미리 다녀오고, 고향의 부모님께는 화상 통화를 하는 비대면 명절이 되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차가 밀려도 고향을 찾아 명절을 지냈다. 그렇게 모일 때면 집안에 먼 친척 소식까지 접하게 된다. 한 해 농사 이야기며 태풍과 장마, 가뭄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농사가 풍년이니 흉년이니 알 수가 있다.

 

올해는 장마 기간이 길었고 태풍의 피해가 있어서 고추 농사는 잘 안되었다고 한다. 또 지금은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다. 역시 장마와 태풍의 영향이다. 한동안은 과일이 맛이 없었다. 일조량이 부족해서이다. 한여름에 특히 수박의 당도가 떨어지고 맛이 없었다.

 

어머니가 밭에서 수확하신 양파나 땅콩은 비닐하우스에서 건조하는 중이다. 김장배추는 벌써 넓적한 잎을 펼쳐 내고, 약을 안 친 사과도 발그레 익어간다. 고구마는 늦게 심어 아직 수확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고구마 순을 따주었다. 껍질 벗겨 나물로 먹고 김치도 담는다.

 

우리나라 명절 중 설 명절과 한가위 명절은 가장 큰 명절이다. 한가위는 오곡백과가 익어가고 수확하는 풍성한 명절이다.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와 ‘크다’라는 뜻의 ‘한’이 합쳐져 ‘한가위’가 되었다. ‘한가위’는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 또는 큰 명절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햅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요리도 하고, 온갖 과일도 풍성하게 차린다. 이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즐겁게 지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나왔다.

 

연휴 동안 호젓한 오솔길을 산책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려본다. 예전처럼 평범했던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무탈해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날들이 오히려 행복했던 지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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