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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면피성 ‘재정준칙’으론 나라 곳간 못 지킨다

허울뿐인 준칙 아닌 ‘실효성 있는’ 원칙으로 다듬어야

  • 등록 2020.10.07 06:00:34
  • 13면

정부가 5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와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 –3.0%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느슨한 국가채무비율 한도와 통합재정수지 비율 기준, 2025 회계연도부터 적용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일종의 면피성 정책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가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이 정하고 있는 국가채무비율 한도 60%부터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 한도는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전망치 2024년 국가채무비율 58.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5년마다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으로 한도를 바꿀 수 있게 한데다가, 경제위기에는 예외를 둬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나 2025년에 시행하면 정작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통합재정수지 비율 -3% 기준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것이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4차 추경 기준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4.4%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1%를 기록한 이후 매년 0%대 또는 1%대의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유지해왔고, 지난해 본예산 기준 통합재정수지 비율도 0.3%였다. 재정준칙의 도입목적을 벗어나는 면피성 제도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재정준칙에서 정하는 기준(한도)을 초과해도 아무런 강제성이 없도록 한 점도 문제다.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발생할 시는 재정준칙 적용을 면제한다. 재경기 둔화 시에는 통합재정수지 기준을 -3.0%에서 -4.0%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총지출을 늘릴 여지를 열어놓은 셈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국가채무 전망은 섬뜩하다. 예산정책처는 현재의 각종 재정 정책과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만 해도 2070년이면 나랏빚이 6천789조 원에 이르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85.7%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159%로 기재부 추정치 81%의 2배다.

 

문재인 정부에서 예측되는 나랏빚 증가분은 417조 원이나 된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2천198조 원이었다. 지난해 1천6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에 1천637조 원까지 급증했다. 기업부채는 2018년 1천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천118조 원, 올해 2분기는 1천233조 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제 주체 모두가 역대 최고치의 빚더미에 올라선 형국이고 합치면 무려 5천조 원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터키와 우리나라밖에 없다. 갈수록 국가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늦게나마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유연성’에 치중한 나머지 있으나 마나 한 준칙, 무늬만 요란한 준칙을 만드는 일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 ‘재정준칙’은 국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설계도가 담겨야 한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준칙으로 다듬어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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