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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다"…50대 9급 공무원은 인생 제2막 진행 중

나이 많아도 직장에서는 엄연한 막내…"책임 다하게 돼"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이면 누구나 응시 가능'

 

이 같은 지원 자격을 따라 40∼50대 나이에 9급 공무원에 도전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

 

부서 내 최연장자인 동시에 막내로서 공직 사회를 누비는 50대 9급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 대기업 명예퇴직 후 새로운 삶 "만족도 높아"

 

서병일(50·남)씨는 지난해 9월 인천시 9급 시설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연수구 재무회계과에서 근무 중이다.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사에서 20년간 일한 서씨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명예퇴직을 했다.

 

강도 높은 업무로 지쳐가던 중 목 디스크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날 동료 직원 2명이 과로사했던 기억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서씨는 "회사 다닐 때 목표가 직장을 관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며 "퇴직 이후 아침에 수영하러 갔다가 도서관 가서 책도 보고 저녁엔 자전거를 타면서 여유로운 삶을 즐겼다"고 말했다.

 

그렇게 4년의 세월을 지내다 '백수의 삶'이 지겨워지던 찰나 "좋은 머리 썩히지 말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보라"는 동생의 권유를 받았다.

 

주어진 기간은 3개월뿐이었지만, 서씨는 6대1의 경쟁률을 뚫고 9급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IT 회사에 다니면서 꾸준히 관련 분야에 대해 학습하고 영어 공부를 해온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운 좋게 아는 문제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9급 공무원으로서 보낸 지난 1년에 대해 굉장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일과 개인 생활 중 어느 한 곳에 편중된 것이 아닌 균형 잡힌 삶의 결과였다.

 

그는 "최근에는 행정복지센터 건축 공사를 감독하는 일을 맡고 있다"면서 "일정 부분 사회의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 '적지 않은 나이지만, 공무원 시험은 평등'

 

남동구 논현고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민영(51·여)씨는 지난해 인천시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민씨는 15년 경력의 베테랑 학원 강사로 활동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스스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던 민씨는 아동복지에 관심을 두고 사회복지사로 새롭게 도전했지만,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마땅히 일할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남편의 추천으로 공무원 임용시험에 도전하게 됐고 1년의 준비 끝에 합격했다.

 

민씨는 "아직 배우는 단계인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경험을 쌓아 인천 내 도서 지역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계층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 이모(58·남)씨는 지난 2018년 개인 사업을 하다가 왼쪽 손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은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사업을 정리한 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를 계기로 지난해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했다.

 

비록 공무원 정년인 60살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곳에서의 경력을 살려 70살까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게 이씨의 목표다.

 

그는 "내가 겪은 아픔을 토대로 직장 내 장애인들의 복지 향상에 힘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직장에선 6개월 선배, 인생에선 30년 후배

 

지난해 같은 시기에 9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1년 넘게 일하고 있는 이들 50대 남녀 3명은 모두 각 부서에서 최연장자다.

 

서씨의 경우에는 부서 내 6개월 선배가 21살로 30살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난다.

 

이들 모두 부서 내 팀장보다 많은 나이여서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씨는 "후배로 일을 편하게 지시할 사람이 들어와야 하는데, 저란 존재가 불편하진 않을지 항상 생각하게 된다"며 "그럴수록 책임을 다해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민씨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걱정도 많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잘 적응했다"며 "나이에 대한 편견을 가진 분이 거의 없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씨는 "(나이 때문에) 항상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된다"며 "그래도 아들뻘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85명과 83명의 40대 9급 공무원 합격자가 나왔다. 같은 기간 50대 합격자는 11명과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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