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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버려진 빈집의 변신…청년사업가 보금자리 가보니

준공 30년 넘어 5년간 방치됐던 빌라…지자체, 리모델링해 공급

 

"큰방에는 테이블을 놓고 사무실로 쓰면서 다른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거실에는 차를 따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요."

 

지난달 28일 인천시 서구 석남동 한 빌라에서 만난 청년 사업가 이다은(25)씨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이씨의 집은 그가 살기 전까지 5년가량 비어있던 곳이다. 1989년 준공된 집은 30여 년의 세월만큼 낡아 주인은 지난 5년간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

 

버려졌던 빈집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새 모습을 찾았다.

 

인천시 서구의 '행복한 서로이음 빈집 정비사업'이다. 지역 화폐 '서로e음'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서구는 집주인과 협약을 맺은 뒤 1천550만원을 들여 빈집을 리모델링해 입주자 모집 공고를 했고 신청자 11명 가운데 여러 자격요건과 지역 거주 기간 등을 고려해 이씨를 입주자로 선정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보증금으로 300만원을 내고 월세 없이 사실상 무상으로 3년간 거주할 수 있다.

 

서구는 빈집을 매입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권은 집주인이 그대로 갖는다. 대신 소유주는 집을 빌려주고 공짜로 리모델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붉은 벽돌의 빌라 외관은 예전 모습과 비슷하지만, 내부만큼은 깔끔하게 변신했다.

 

입주를 앞둔 이씨의 집을 둘러보니 환한 조명에 하얀색 벽지가 외관과 다른 밝은 느낌을 줬다.

 

창호, 싱크대, 문 등을 뜯어낸 뒤 새제품으로 바꿔 내부만 봐서는 지은 지 30년이 넘는 빌라로 보이지 않았다.

 

홍보물 디자인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는 이씨는 큰 방에는 테이블을 놓고 사무실처럼 사용할 계획이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청한 주민들도 독서 등을 할 때 큰 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공간 공유가 임대 조건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이 받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서 이런 계획을 마련했다고 한다.

 

1일 이씨는 "그동안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한 방에서 일하고 휴식을 하다 보니 신경도 쓰이고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며 "앞으로는 일하는 공간과 휴식 공간이 구분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구는 가정동의 빈집도 수리해 다른 청년 사업가에게 공급한 상태다. 앞으로 사업을 확대해 2024년까지 5년 동안 빈집 49곳을 리모델링해 저소득 신혼부부, 청년, 문화예술인 등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서구의회 의원도 '빈집 정비 및 활용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는 등 빈집 정비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 등 다른 지자체도 빈집을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의 임대료를 받고 저소득층에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리모델링한 빈집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은 전국에서 인천시 서구가 처음이다.

 

구도심은 노인 등 고령층의 비율이 높고 저출산으로 해마다 인구가 줄고 있다.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들어오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서구는 기대했다.

 

서구 관계자는 "올해 중 빈집 2채를 리모델링해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번 공급은 신혼부부를 1순위로 진행해 이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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