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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시월의 마지막 날과 십일월

 

 

해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어디선가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잊을 만하면 이맘때쯤 꼭 불리는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본인도 우스갯소리로 “이 노래 덕분에 내가 먹고살아요.”라고 했다고 한다.

 

필자는 시월의 마지막 날에 결혼식을 했다. 바로 10월 31일이 결혼기념일이다. 결혼식 전날은 날씨가 참으로 이상하리만치 요란하였다. 회오리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가 날리는 등 갑자기 매서운 한파가 온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색시가 사나운가, 날씨가 참 요란스럽다고 하였다. 그런데 다행히 결혼식 하는 날은 거짓말처럼 하늘이 쾌청했다. 결혼식에서는 날씨가 이토록 푸르고 맑으니 잘 살 것이라고 덕담을 들었다. 그래서 큰 탈 없이 딸 둘을 낳고 잘살아온 것 같다. 결혼기념일 저녁은 집에서 오붓하게 딸이 축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남편은 금반지를 끼워 주며, 다른 선물보다는 반지가 아무래도 기념이 될 것 같다고 하였다. 묵묵히 함께 한 긴 세월이 다시 돌아보니 감사한 날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서양에서는 핼러윈 데이다. 미국 전역에서 매년 10월 31일 괴물이나 유령 등 기괴한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젯날이다. 핼러윈의 유래는 고대 켈트족의 축제로 알려져 있다. 켈트족은 당시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던 10월의 마지막 날에 죽음의 신에게 마련한 음식으로 제의를 올려 죽은 자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중심으로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로 방역을 강화하기도 했다.

 

어느새 11월이다. 생태계 위기가 더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인디언들은 일찍이 미래를 내다보며 자연과 인간을 존중했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달 이름을 정하였다. 대자연에 깃든 아름다움을 느낌대로 이름을 붙였다. 인디언 달력 11월은 만물을 거두어들이는 달(테와 푸에블로족),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크리크족),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체로키족), 강물이 어는 달(하다차족), 기러기 날아가는 달(키오와족),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아라파호족), 물물교환하는 달(동부체로키족), 샛강 가장자리가 어는 달(샤이엔족, 크리족), 작은 곰의 달(위네바고족), 많이 가난해지는 달(모호크족), 아침에 눈 쌓인 산을 바라보는 달(위시람족), 큰 나무 어는 달(마운틴 마이두족), 네 번째 손가락 달, 눈 내리는 달(클라마트족), 이름 없는 달(주니족)이다. 이렇게 많은 11월의 이름은 참으로 詩的이며 멋진 말들이다.

 

그렇게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다. 이제 가을도 깊을 대로 깊어 만추다. 앞산이 하루가 다르게 울긋불긋 물들어간다. 고즈넉하고 사색하기 좋은 때이다. 깊어가는 고요한 밤에는 더욱 정신이 맑아진다. 그렇기에 문인들이 가장 글쓰기 좋은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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