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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인격에도 냄새가 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살이가 말이 아니다. 다들 나가지 말고 집안에 갇혀 살라고 권한다. 집안에 갇혀 창살 없는 감옥살이도 참 힘들다. 내가 바라던 일도 조금씩 스러져가고, 항상 자유롭기를 갈망하던 바람도 시간이 지날수록 스러져가고…. 자주 환기를 한다지만 집안 공기가 말이 아니다. 하도 답답하여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나섰다.

 

늦은 봄, 이맘때가 되면 온통 화단이 불붙은 듯하다. 간밤 비가 왔는데도 꽃들은 물을 머금은 채 선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꽃잔치다. 벚꽃이 하르르 꽃잎을 날리고 색색의 철쭉꽃이 한 아름 내 가슴에 안겨 온다. 답답하던 가슴이 잠시나마 위안이 된다. 라일락꽃 향기가 사라지면 금방 무더위가 덮친다. 그걸 냄새 하나로 안다.

 

나는 위장이 좋지 않아 자주 배탈이 난다. 아주 상습적이다. 늘 위장약을 달고 산다. 일이 안 풀리고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더더욱 고약하다. 배가 꾸르륵거리면서 방귀가 나온다. 나는 그 지독한 방귀 냄새로 내 위장상태를 짐작한다.

 

상태가 안 좋으면 그 냄새가 진짜 고약하다.

 이렇게 냄새 하나로 온갖 것을 판단한다. 음식도 먹기 전에 그 냄새로 맛을 판단하듯이 맛있는 냄새는 입맛을 돋운다. 그런데 사람에게도 냄새가 난다는 걸 아는가?

 

 더러운 사람에게는 악취가 풍기지만 건강한 젊은이들한테는 이성을 유혹하는 매혹적인 냄새를 풍긴다. 냄새로 그 사람의 인격도 판단한다. 사람의 첫인상은 만나서 5초 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눈으로 보고 코로 그 사람의 냄새를 맡는다. 인격자에게는 인격자의 냄새가 난다. 비록 부티가 나고 명품으로 칠갑을 해도 그 인격이 돼먹지 않는 자는 천박한 냄새가 흐른다. 그가 아무리 아닌 척 연기를 해도 그 냄새는 피할 수가 없다. 이렇듯 권모술수에 능한 자는 그 얼굴에 냄새가 묻어난다. 그가 쓰는 언어에도 냄새가 난다. 그만큼 냄새 하나로 상대방을 짐작한다. 그래서 사람을 속이는 일은 몹시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겉으로 나는 냄새보다 속에 든 마음의 냄새부터 정갈하게 해야 한다. 욕심 좀 덜 부리고 남을 위해 양보하고 봉사할 줄도 알아야 존경심의 냄새를 낸다. 그저 욕심, 욕망에 들끓어 부글거리면 진짜 썩은 냄새로 코를 못 들게 만든다.

 

우리 문단에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마귀의 탈을 쓰고 오직 자신의 출세를 위해 타인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몹쓸 행동을 하는 이도 더러 있다. 그런 자는 자신의 냄새는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나부터 조심할지어다. 내 몸에선 어떤 냄새가 날까? 두려운 마음으로 내 몸에서 나는 나의 냄새를 맡아본다.

 

 어느새 내가 늘 가는 강변에 이르렀다. 길 건너 탁 트인 한강 변에 다다른다. 산천초목의 냄새가 훅하니 끼치며 흐르는 강물의 비릿한 강물 냄새가 왈칵 스며든다. 이것이다. 자연이 주는 상쾌한 냄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강변을 따라 걷는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 도시의 찌든 냄새에 길들여 있다. 매캐한 공해 냄새 말이다. 공장들이 들어서고 도시화를 하면서 이 찌든 냄새가 우리를 병들게 만든다. 코로나도 박쥐에서 왔다는 설이 있으니 결국 자연파괴로 인한 병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깊은 산속 동굴에서 살던 박쥐 서식지를 침범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불러온 재앙이다. 이제 좀 자연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인간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상쾌한 자연의 냄새 속에서 생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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