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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면허요건 내달 삭제…아이 "탈래요" vs 부모 "안돼"

12월 10일부터 만 13세 이상 중고생도 면허 없이 이용 가능
차도·자전거도로서 운행 가능…안전모 의무지만 미착용 처벌조항 없어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47) 씨는 최근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의 휴대전화에서 전동 킥보드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했다.

 

박씨는 학원을 오갈 때 전동 킥보드를 타려고 한다는 아들에게 "절대 안 된다"며 나무랐지만, 아들은 "아빠가 무슨 자격으로 허락을 안 해주느냐. 내 친구들도 다 타겠다고 한다"고 대꾸했다.

 

박씨는 22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내 눈에 차도를 달리는 전동 킥보드는 오토바이만큼이나 위험해 보인다"며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까지 탈 수 있게 법을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개인형 이동수단 사상자 2017년 128명→작년 481명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다음 달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도 현재는 차도(가장자리)로만 돼 있으나 앞으로는 자전거 도로도 포함된다.

 

다만, 전동 킥보드의 최고 정격출력은 11㎾ 이하(배기량 125㏄ 이하)이고 최고 속도는 시속 25㎞ 미만이어야 한다. 차체 무게는 30㎏을 넘어선 안 된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다음 달부터 미성년자도 면허나 검증 없이 탈 수 있다는 점이 큰 걱정거리다.

 

중학생 딸을 둔 한 누리꾼은 인터넷 카페에 "자동차를 시속 25㎞로 운전하면 느리다는 느낌을 받지만, 전동 킥보드로 그렇게 달리면 아슬아슬할 정도로 속도감이 느껴진다"며 "특히 전동 킥보드는 제동거리가 긴 데다 바퀴가 작아 노면이 고르지 않으면 쉽게 넘어져 다칠 수 있다"고 했다.

 

30∼50대 기혼 여성들이 많이 찾는 또다른 인터넷 카페에서도 "절대 둘이 타지 말라고 써 있는데도 우리 동네에서는 벌써부터 중학생들이 두 명씩 탄다", "남녀 학생 둘이서 속도를 내고 타면서 안전장치 하나 없이 애정행각까지 하더라", "이렇게 위험한 것을 왜 갑자기 풀어주느냐"는 등 문제를 제기한 글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반면 10대 청소년 누리꾼이 활발히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부모가 전동 킥보드를 못 타게 한다'며 불만을 드러낸 글들이 보인다.

 

12월 9일까지만 적용되는 현행법상으로는 제2종 운전면허의 하나인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가 있는 만 16세 이상만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돼 있다.

 

전동 킥보드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런 기준 아래에서도 개인형 이동 수단(PM·퍼스널 모빌리티)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 작년 447건으로 급증했다. 사상자는 2017년 128명(사망 4명·부상 124명), 2018년 242명(사망 4명·부상 238명), 작년 481명(사망 8명·부상 473명)으로 늘었다.

 

◇ 법적·제도적 미비점…국회 상임위에 관련 법 계류

 

경찰청은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앞두고 PM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소셜 미디어를 통해 ▲ 안전모 필수착용 ▲ 무릎·팔꿈치 보호대 착용 등 전동 킥보드 안전수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제도적 미비점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 의무'와 '2인 이상 동승 금지'가 명시돼 있으나, 정작 처벌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안전모 없이 2인 이상이 전동 킥보드 한 대를 같이 타는 위험한 행동을 해도 단속하거나 제재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장 단속은 어렵지만, 실제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민사적 피해 보상 과정에서 금지규정을 위반한 책임을 지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전동 킥보드를 불법 개조해 시속 25㎞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리더라도 단속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리밋(limit) 해제'라고 불리는 불법 개조 방법도 찾아볼 수 있다.

 

불법 개조를 막고 중·고교 교장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전동 킥보드 이용과 관련한 교통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인형 이동 수단의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 대표발의)은 현재 국회 국토위에 계류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고교생을 포함한 국민이 전동 킥보드를 최대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