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설치, 조각, 회화는 물론 대지·행위미술까지를 넘나들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작가 이승택(1932~).
기성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예술실험으로 1980년 무렵엔 '비조각'이라는 개념 정립을 이끌기도 했던, 그의 60여 년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6, 7전시실에서 열린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이란 타이틀로 25일 개막, 내년 3월 28일까지 선보일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과 비미술의 경계를 허물어온 25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4일 전시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작가는 "세계에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말로 자신의 독창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대부분 작가가 그 시대 미술 사조에 편승하는데 나는 궤를 달리한다"면서 "그 시대에 유행하는 작업은 몇 년 못가 쓰레기가 된다. 나는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예술관은 '나는 세상을 거꾸로 생각했다. 거꾸로 살았다'고 하는 작가의 언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시명 '이승택-거꾸로, 비미술'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모든 사물과 관념을 뒤집어 생각하고, 미술이라고 정의된 고정관념에 도전해온 그의 예술세계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 기획자인 배명지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이승택은 1950년대 '역사와 시간'을 발표하며 기성 조각의 문법에 도전했고, 1960년대에는 옹기, 비닐, 유리, 각목, 연탄재 등의 일상 사물들로 새로운 재료 실험에 몰두함으로써 당시 미술 제도 내에서 통용되는 조각 개념과 결별하기 시작했다.
또 1970년 전후에는 바람, 불, 연기 등 비물질적인 요소들로 작품을 시도하고 장소와 상황을 작품화했으며, 사물과 자연물을 노끈으로 묶는 '묶기' 작업을 통해 사물의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기도 했다.
석고로 만든 여체 토르소를 금빛으로 칠하고 엉덩이 위와 아랫부분을 노끈으로 묶은, 1972년작 '힙'은 당시 국전에 출품됐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노끈에 묶인 살이 실제처럼 움푹 들어간 듯한 착시 효과를 내는 이 작품은 작가의 묶기 기법을 대표하는 작업이 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작가는 사회, 역사, 문화, 환경 등 삶의 영역으로 관심의 지평을 확장하면서 퍼포먼스, 대형 설치, 사진 등으로 작업의 영역을 더욱 넓혔다.
배명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역사적 자료에 근거해 1960년대 주요 작품들을 재제작해 비조각을 향한 작가의 초기 작업을 새롭게 조명했다"며 "1970~80년대 이승택의 주요 설치 작품 '바람'과 '기와 입은 대지' 등은 미술관 야외공간에 재연해 작품을 신체적으로 경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속이 이승택의 작품세계 전반에서 가지는 주요한 의미를 되짚는가 하면, 1960년대 이후 1990년대에 이르는 포토콜라주 및 사진과 회화가 결합된 독특한 사진 작업도 소개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관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30%의 관람객만 입장할 수 있다.
박유리 전시 홍보기획 담당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회당 200명을 사전 예약으로 접수받는다"며 "온라인 사용이 불가한 관람객들을 위해 매 회 40명은 현장에서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별도 공지시까지 무료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