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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 4

 

바위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로 십장생 중의 하나이다. 그러다보니 바위에 글씨를 새기는 풍습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문화유적 곳곳에서 바위에 새겨진 글자를 만날 수 있다. ‘경(敬)은 선비가 깨달음을 얻는 성인이 될 때까지 절대 놓지 말아야 할 것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멈추면 안 되는 것’으로, ‘성인의 학문과 사상을 배우기 위한 가장 밑바탕이 되는 마음가짐’이다. 또한 ‘학문과 도에 들어가는 관문이자 덕을 쌓는 중요한 기틀’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敬)’자를 바위에 새겼다는 것은 이 곳에서 학문하는 유생들이 풍류를 취하는 그 순간에도 학문을 위한 근본적인 마음가짐만은 내려놓지 않기를 바라는 주세붕의 염원이 담겨있다 볼 수 있다.

 

주세붕은 “옛말에 ‘경은 구차함의 반대이니, 잠깐이라도 구차하다면 이것은 곧 불경이다’라고 했다. 이는 실로 우리 회헌(안향)선생이 회옹(주자)과 부합되는 것이니, 더욱 새기지 않을 수가 없다. 사당은 비록 오래 보존되지 못하더라도 이 글씨가 마멸되지 않는다면 1천년 후에 이 바위를 일컬어 경석이라 하는 것에 족하다”라고 바위에 새긴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퇴계는 왜 같은 바위에다가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씨를 써 넣을까? 이에 대한 실마리는 비보풍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자암은 소수서원의 좌청룡 자리에 위치해 있는데, 옆에서 보면 ‘서원을 노려보는 호랑이 머리’ 모습이다. 이는 풍수적으로 바라봤을 때 ‘대흉’에 속한다. 따라서 이를 비보하기 위해 ‘호랑이 입에 채운 자물쇠’가 바로 주세붕의 ‘경(敬)’이며, 퇴계의 ‘백운동(白雲洞)’으로 풍수학자들은 보고 있다.

 

경자암 옆에 있는 취한대는 경렴정에서 보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다. 작은 돌들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올라선 취한대는 사방에 난간을 둘렀다. 팔작지붕이지만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소박한 느낌이다. 취한대와 경자암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앉아 노니는 모습이다. 취한대 바로 앞으로 죽계천이 흐르는데, 취한대 앉아 소수서원을 한 발짝 떨어져 감상해 볼 수 있다.

 

죽계천을 건너 다시 경렴정에 올라보자. 경렴정은 다듬어지지 않은 돌로 기단을 쌓고, 무심한 듯 댓돌 두 개를 놓아 정자 위로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사방이 확 트여 개방감이 있고, 마루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다. 팔작지붕이지만 화려하다는 느낌보다는 주변 자연에 동화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경렴정(景濂亭) 편액은 정자 안쪽과 바깥쪽에 각각 1개씩 두 개가 걸려 있다. 안쪽에 있는 경렴정 편액이 독특하다. 정(亭)자의 꼬리가 꼬불꼬불한 것이 마치 용트림을 하는 모습이다. 이는 경렴정이 위치한 곳이 소수서원의 좌청룡자리여서 글자의 꼬리를 용의 꼬리처럼 만든 것으로 전해온다. 그렇다면 이 용의 꼬리는 청룡의 꼬리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용꼬리 부분이 상처가 나있다. 용꼬리에 난 상처는 어떻게 해서 난 상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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