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F.마리노스 전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인데 단 한경기 만으로 수원이 원 팀임을 느꼈습니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요코하마와 경기를 통해 ACL 데뷔전을 치른 수원 삼성의 수비수 박대원(22)은 수원의 승리가 확정되자 오열했다.
수원의 베테랑 수비수 민상기의 경고누적에 따른 결장으로 갑작스럽게 그라운드를 밟게된 박대원은 전반 내내 요코하마의 빠른 공격에 고전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전반을 0-1로 마친 수원은 후반들어 김태환, 김민우, 한석종의 연속골로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고 ACL 데뷔전을 치른 박대원은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눈물을 흘렸다.
박대원은 “처음 치른 ACL에서 우리팀이 졌다면 내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며 “팀이 승리해 다행”이라고 말햤다.
박대원의 팀 선배인 양상민은 경기를 후 자신의 SNS에 “모든 골은 형 책임이야. 너는 앞만 보고 달려라. 고생했어”라고 다독였다.
박대원은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얻었고, 더 준비해야 한다는 숙제도 함께 받았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원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오기 전까지는 교체멤버로 준비를 잘하자는 마음이었다”는 박대원은 “예선 3경기 때 한 경기도 뛰지 못해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코하마 전을 이틀 앞둔 저녁 식사 때 갑자기 (민)상기 형이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코칭스태프로부터 ‘준비하라’는 얘기를 들었고, 경기 전날 감독님이 직접 선발 출전 얘기를 해주셨다. 당황스러웠지만 준비를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막상 경기에 나서보니 자신감만 가지고는 안되더라. 경기 템포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고, 전반 내내 애를 먹었다”며 “첫 실점이 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어 전반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팀에 미안했고, 전반 끝내고 라커룸으로 들어올 때는 죽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격려로 긴장이 풀린 박대원은 후반들어 경기 흐름에 적응하며 수비수로서 제 역할을 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양상민의 SNS에 감사를 표한 박대원은 “상민이 형이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중앙수비를 맡으면서 나까지 챙기려니 무척 힘들었을 거다. 경기 전부터 많은 조언과 도움을 많이 받았고, 경기를 뛰는 내내 감사한 마음이었다”면서 “경기를 마친 뒤 내 인스타그램에 격려를 해주셔서 ‘저에게는 양상민팀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박대원은 “그동안 형들이 ‘염기훈 팀’, ‘김민우 팀’ 얘기를 농담처럼 했어도, ‘양상민 팀’이라는 얘기는 한 번도 없었으니까 내가 한 번 얘기하고 싶었다. 그만큼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박대원은 “요코하마 전을 치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노력없이 되는 게 없다는 걸 실감했다”면서 “카타르에 와서 경기를 치르면서 원팀은 누가 뭐라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하나의 팀이 돼가는 것이란 걸 느꼈다”고 밝혔다.
박대원은 끝으로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서 “나도 언젠가 경험이 쌓이면 (양)상민이 형이나 (김)민우 형처럼 하나의 팀으로 묶을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 경기신문 = 정민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