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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창] 직진이 아니어도 괜찮아!

 

 

온 세상이 가라앉았다. 연말인데도 영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교회는 더하다. 반백 년이 넘게 다녔지만, 이렇게 썰렁한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다. 지금쯤이면 성탄절 준비로 시끌벅적할 예배당이 텅 비었다. 거리에서 간간이 울려 퍼지는 캐럴이 차라리 장송곡처럼 들린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과 관련된 전설이다. 성경에는 그 숫자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데, 어째서 내 기억에는 으레 세 명으로 박혀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어릴 적 성탄절 연극을 할 때도 동방박사는 무조건 세 명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이다. 페르시아의 현자 알타반과 그의 세 친구인 멜키올, 카스팔, 발타산이 그 주인공들이다. 조로아스터교 신자로서 점성술에 조예가 깊던 그들은 기이한 빛을 내뿜는 초신성을 발견하고는 메시아를 찾아 경배하기로 약속한다. 멜키올은 왕권을 상징하는 황금을, 카스팔은 세상 죄를 씻길 유향을, 발타산은 죽음을 예비할 몰약을 준비해 갔는데, 부유한 의사였던 알타반은 전 재산을 팔아 진귀한 보물을 마련하니, 사파이어와 루비와 진주였다.

 

사정상 친구들이 먼저 떠나고, 알타반은 뒤늦게 길을 나섰다. 도중에 병들어 죽어가는 노인을 만나 보살피느라 더더욱 친구들과 멀어졌다. 사막을 홀로 횡단하기 위해 대상을 꾸리느라 사파이어를 팔았다. 베들레헴에 도착해서는 헤롯 병사의 칼에 죽게 된 한 아기를 구하느라 루비를 내어주었다. 이스라엘 빈민촌에서는 마지막 남은 진주마저 도둑맞았다.

 

오도 가도 못 하고 빈민촌에 발목이 잡혀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를 여러 해, 예수가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었다는 비보가 날아든다. 낙담한 알타반에게 마을 사람들은 진주를 되찾아주며 예수를 꼭 만나 소원을 이루라고 등을 떠민다. 알타반은 어쩌면 진주와 예수의 목숨을 맞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골고다로 달려간다. 그러나 가는 길에 고향 친구의 외동딸이 로마 군인에게 노예로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진주를 내주어 목숨을 구한다. 그 사이, 예수는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둔다.

 

늙고 병든 알타반은 돌아오는 길에 그만 지쳐서 쓰러진다. 죽음이 임박한 그 앞에 꿈인 양 환상인 양 예수가 나타난다. “주님, 주님께 바칠 예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눈물을 뚝뚝 떨구는 그에게 예수가 말한다. “나는 이미 다 받았다. 죽어가는 노인을 돌봐준 것, 베들레헴의 아기를 살려낸 것, 마을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푼 것, 친구의 딸을 구해준 것, 그 모든 선행이 다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알타반은 비로소 햇살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다.

 

살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많다. 올해가 유독 그렇다. 코로나로 인해 다들 헤맸다. 그런 우리를 네 번째 동방박사가 위로한다. 직진이 아니어도 괜찮아. 멀리 돌아서 가도 괜찮아. 그저 주어진 인연에 마음을 다하며 사는 거야. 토닥토닥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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