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가 요즘 많이 말랐더라고요. 건강이 괜찮은 지 걱정이예요.”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6동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인 한 통장이 주안6동 행정복지센터에 A씨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며 알린 것은 지난 10월이었다. 심한 신장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퇴원은 했지만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며 끼니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통장을 통해 사정을 파악한 주안6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 복지팀은 밑반찬 서비스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었다.
# “깨끗한 집으로 만들고 도와드릴 수 있어서 제 속이 다 시원합니다.”
미추홀구 용현1·4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은 화재감지기와 소화기 설치를 위해 B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원룸 내부 전체가 곰팡이와 먼지, 거미줄과 각종 쓰레기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명예사회복지공무원 10여 명은 즉각 빗자루와 마포 등을 들고 대청소에 나섰고 가스렌지를 바꾸고, 도배와 장판도 교체했다. B씨에게 가사간병도우미 서비스를 연계하고 식료품도 지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B씨를 보살피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천시 미추홀구 ‘골-KEEPER’가 이웃을 지키는 골목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보수 명예사회복지공무원 골-KEEPER는 각 동네마다 복지통장을 비롯해 슈퍼마켓 사장, 이발사와 미용사, 건강음료배달원, 수도검침원 등을 골-KEEPER로 임명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볼 때마다 즉시 신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을 걸어 잠근 채 외출조차 하지 않으면서 살아 이웃조차 몰랐던 주안6동 A씨나 용현1·4동 B씨가 복지서비스와 연계될 수 있던 것도 이들 집을 직접 찾았던 골-KEEPER, 명예사회복지공무원들 덕분이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골-KEEPER가 연계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복지시스템에 정식으로 연결되지 않았던 분들”이라며 “그 중에는 세상에서 스스로 고립되거나 갑작스럽게 어려움이 닥쳐 도움을 청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골-KEEPER의 본 목적이었다. 딱한 처지에 놓인 이웃을 발굴하고 복지시스템과 연계하는 역할, 촘촘한 복지그물망 역할을 골-KEEPER가 훌륭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미추홀구는 생활에 밀접한 기관과 골-KEEPER 위촉을 추진해왔다. 집을 방문할 수 있는 직종이 우선 대상이었다.
지난해는 사회복지기관 11곳, 한국야쿠르트 4곳, 남인천우체국, 어린이집연합회, 인천사랑병원, 사랑노인요양원을 골-KEEPER로 위촉했다.
올해는 인천시상수도본부 수도검침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미추홀지부 등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11월 현재 3600여 명의 골-KEEPER들이 골목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또 골-KEEPER와 돌봄 취약가구를 연결해 주면서 골-KEEPER가 단순 제보를 넘어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8월 ‘미추-홀(Whole) 살피미 앱’을 런칭하며 고독사 위험 가구에 대한 상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골-KEEPER와 1대 1 매칭사업을 벌여 286세대가 골-KEEPER와 연결됐다. 이렇게 675건 신고를 받아 1024명에게 765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 미추홀구는 21개 동 릴레이 홍보를 통해 복지사각지대 발굴 캠페인을 진행하고 올해 런칭한 ‘미추-홀(Whole) 살피미 앱’을 중점 홍보했다. 이외에도 연말 우수 활동자 표창과 우수사례 발표회 개최, 교육자료 및 활동수첩을 제작하고 배포해 골-KEEPER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미추홀구는 내년부터 골-KEEPER들이 어려운 이웃을 발견했을 때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꾸준한 교육을 실시해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이웃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인 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또 점차 늘어가는 1인 가구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추-홀(Whole) 살피미 앱 매칭 가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가족과 단절된 상태로 혼자 생활하는 노인 등의 취약가구와 골-KEEPER 사이를 1대 1로 매칭해 모니터링하는 ‘고위험 위기가구 일촌 맺기’ 사업을 적극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제도에 대해서도 널리 알리고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미추1004톡’과 구정소식지 ‘나이스미추’ 등을 통해 우수 활동 사례와 월별 활동실적을 홍보할 계획이다.
김정식 미추홀구청장은 “이웃을 이웃이 돌보면서 행정시스템과 연계해준다는 개념은 골목 복지 공동체의 첫 걸음”이라며 “골목골목 행복한, 이웃과 함께하는 미추홀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글 = 윤용해 기자, 사진 = 미추홀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