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그래미상 후보에 선정되었고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계속 상위권에 올라있다.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다. 심지어 극우적인 발언을 쏟아냈던 일본의 전 오사카 지사 하시모토는 자녀들이 하루 종일 BTS 노래를 듣는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팬덤 현상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BTS의 팬클럽인 아미(Army)는 전 세계에 조직되어 있으며 매우 활동적이다. 영국의 아미 회원들은 BTS의 웸블리 공연 때 자발적으로 홍보를 하고 질서유지에 나서는 등 헌신적인 봉사를 했다. 당연히 대중문화 평론가나 연구자들은 BTS 현상을 좇아 분석하느라 바쁘다.
현상을 분석한다는 것은 눈으로 본 것(appearance)에 대해 본대로 기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으로 본다는 것은 실체의 한 조각을 볼 뿐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를 수 있다. 더구나 사람마다 다르게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직접 본 것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에 그걸 실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보이는 것은 실재(實在)가 아니다.’ 라는 문제의식도 없다. 현상과 실재가 동일하다면, 사유도 분석도 연구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대중문화의 해외 진출에 대해 한류라는 기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애국자들이다. 인류는 아주 오랜 세월을 씨족이나 부족 단위로 살아왔기 때문에 소속 집단에 애착을 가지고 충성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대학 동창이나 고향, 심지어 사법연수원 출신들끼리 뭉치는 것도 씨족사회 이래로 유지되어온 인간의 특성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대중)문화는 나라와 인종과 계층을 초월해 온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된장찌개를 좋아하면서도 스테이크와 스시를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미들은 물론이고 중년의 점잖은 신사들까지 국경을 초월하여 BTS에 열광하는 까닭이다.
조용필의 노래를 좋아하는 오빠부대에서부터 서태지, HOT, 소녀시대 등의 팬클럽을 거쳐 아미까지 수많은 팬덤 현상이 있(었)다. 연구자라면 현상의 설명에 그치지 말고 원인(실재)을 추적해야 한다. 가수 중심이 아니라 생물학적 인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방탄로그, 방탄밤(bomb), 페스타, 믹스테이프, 달려라 방탄...이런 거 말고 사람의 마음을 보란 얘기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걸 어떻게 보나? 보려고 하면 보인다. 이게 진짜다.
비단 대중가요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클래식, 회화, 영화, 드라마, 조각, 건축 등 문화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는 마음의 표현이다. 마음은 심장이 아니라 뇌의 활동이다. 따라서 문화란 뇌의 상상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유형무형의 산물이다. 그러니 만드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이 통할 때 팬덤 현상이 형성되는 것이다.
어떤 노래는 슬프고 외로울 때 위로가 되고, 어떤 그림은 마음의 평안을 주고, 어떤 영화는 불의한 현실에 분노하게 만든다. 연말에는 그동안 시들했던 크리스머스 캐롤이 새삼스럽게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우울해진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기분 전환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노래와 그림과 영화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대중문화의 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