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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 윤석열 총장님, 당신의 양심은 안녕하십니까?


윤석열 검찰총장은 언제나 위풍당당하다. 한국의 권력 지형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인다. 그의 그동안의 '힘'을 보면 착각만은 아니다. 그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지난 2019년 7월부터 지금까지 1년 5개월 동안 기성 언론에 보도된 횟수로 치자면 윤 총장이 대통령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윤석열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 시간에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력화한 것은 가장 강력했던 사건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에 지명되자마자 시작된 그의 가족에 대한 수사는 상상을 불허한다.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무려 69곳이나 압수수색한 것이다. 이 정도 규모는 특정 개인비리에 대한 형사 사건사에 있어 신기록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윤 총장의 숱한 비리 혐의 건에 대해서는 그의 수사철학인 '성역 없음'이 미사여구에 불과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이것이 그의 '힘'의 본질적 작동원리는 아닐까? 실제 윤 총장에 관한 고발 건은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행에 따르면 윤 총장 비리 혐의는 직권남용 등 무려 31개에 이른다. 이 단체가 이를 지난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12차례나 고발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고발인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대접이 가히 황제 급이다. 조국 전 장관 가족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하지만 윤 총장은 언제나 초심 그대로 위풍당당하다. 그 흔한 유감 표명 하나 하지 않는다. 법무부의 2개월 정직 징계에 따른 소제기에서 법원(12월 24일)이 "(윤 총장의 지시에 따른) 판사 사찰문건 작성은 매우 부적절하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는데도 모른척하는 건 그의 캐릭터가 일관된다는 방증이다.

 

우매한 걸까, 신념에 찬 걸까? 그가 '국민', '전체주의', '독재', '법치주의' 등의 말을 즐겨 쓰나 그간의 행동은 그 말이 품고 있는 뜻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독재 시대였으면 그는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됐을 것이고, 법치주의였다면 조국 전 장관 가족과 본인에게 법 잣대를 그렇게 불공정하게 적용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캐릭터는 누가 보아도 인문적 성찰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다. 개인 고유의 캐릭터와 상관없는, 인간이면 가슴 속에 흐르고 있는 양심이 과연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송파 세 모녀 동반 자살사건이 떠오른다. 그들은 생활고로 생을 마감하면서도 현금 70만 원을 유서와 함께 남겼다. 공과금과 집세로 내달라는 것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공과금이 뭐라고 마지막 순간까지 깔끔하게 정산했던 밑바닥 사람들의 가슴에 있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마지노선, 양심. 이 양심, 윤 총장에게 있기는 있는 것일까?

 

거대한 폭력과 맞서기도 하는 큰 '힘'인 양심. 광주 항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인간의 양심이 얼마나 거룩한지를 기록하고 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이런 양심은 바라지도 않는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평범한 양심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윤석열 총장님, 당신의 양심은 안녕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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