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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해, 저 붉은 얼굴

 

 

아이 하나 낳고 셋방을 살던 그 때

아침 해는 둥그렇게 떠오르는데

출근하려고 막 골목길을 돌아나오는데

뒤에서 야야! 야야!

아버지 목소리 들린다

 

“저어---너--- 한 삼십만 원 없겠니?”

그 말 하려고 엊저녁에 딸네 집에 오신 아버지

밤새 만석 같은 이 말, 그 한 마디 뱉지 못해

하얗게 몸을 뒤척이시다가

해 뜨는 골목길에서 붉은 얼굴 감추시고

천형처럼 무거운 그 말 뱉으셨을 텐데

 

철부지 초년생, 그 딸

“아버지, 내가 뭔 돈이 있어요?!”

싹둑 무 토막 자르듯 그 한 마디 뱉고 돌아섰던

녹슨 철대문 앞 골목길,

 

가난한 골목길의 그 길이만큼 내가 뱉은 그 말

아버지 심장에 천 근 쇠못이 되었을 그 말

오래 오래 가슴속 붉은 강물로 살아

아버지 무덤 그 봉분까지 치닫고 있다

 

 

 

이영춘 약력

『월간문학』(1976) 등단.

시집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들풀] 외 다수.

수상 고산(윤선도)문학대상, 유심작품상특별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김삿갓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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