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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감각'의 혁명 중에 웬 이명박-박근혜 사면?

 

 

이명박-박근혜 사면 건의 뉴스가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숱한 이슈를 집어삼키며 우뚝 솟았지만 새로울 게 없다. 시대감각에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인식하고 있듯이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은 늙수그레하다.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정해서 사면하는 것이지만 그 대상은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 등 소수 특권층에 한정된다. 사회를 통합하고 화해시키기보다 갈등을 더욱 심화한다.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누가 봉건적 군주 시대의 잔재인,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마땅한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을 들먹이는가? 당사자가 다름 아닌 민주당 대표라는 점에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의 중요 직책에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촛불 혁명은 감각의 혁명이 아니었던가? '저, 궁궐 속 권력 놀음은 너무 천박하고 낡았어! 우리가 다양성 속에서 개성을 즐기고 있는 마당에 쪽팔리게 저게 뭐람?' 시민들의 자신감, 새로운 감각에서 비롯했기에 촛불 혁명은 하나의 축제였다. 폭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가르치려드는 엘리트나 특정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운동권도 녹아들뿐이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즐거운 연대라는 감각이 지배하고 있었던 것 이다.

 

그럴진대 깡그리 무시하고 18세기의 이른바 앙시앙레짐(구체제)적 감각으로 돌아가자고? 사실 이는 비판하고 자시고 할 것도 못된다. 현재의 우리 감각을 낡아빠진 시대감각 안으로 통째로 옮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치 《장자》외편 '변무(騈拇)'에 나오는, 학의 다리를 잘라서 오리에게 이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검찰 개혁도 촛불 혁명, 감각의 혁명 연장선임은 물론이다. 있는 죄는 불기소나 기소유예, 무혐의 등으로 덮어주고, 없는 죄는 시쳇말로 엮어서 멸문지화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태는 봉건 시대에나 어울리는 감각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 시대의 감각하고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반동의 감각. 그래서 누구든 고개를 내저으며 견딜 수 없어하는 것이다.

 

뭇 사람들의 감각 안에 검찰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촌스러운 것으로 들어온 이상 빠져 나갈 길이 없다. 이는 단순한 구호나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다. 봉건 검찰은 눈에 띄기만 하면 뽑을 수밖에 없는 벼 속 잡초인 피다. 만인의 공감각적 적이라 할 수 있다. 신체의 모든 감각이 거부해서 무서운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사면에 관한 화두는 뜬금없고 부질없다. 중국이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감각의 대통령' BTS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만큼이나 허허롭다. 낡은 감각에 의지해 도도하게 흐르는 새롭고도 맑은 감각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게으름이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감각의 혁명 속에서 '세련된 겸손'으로 일관한 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화답하지 않을까?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확고한 국정 철학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있을 수 없습니다. 차제에 전근대적인 대통령의 사면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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