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세월호 관련 의혹을 대부분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해 여당, 관련 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듯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0일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검찰발 사회적 재난”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특수단의 무혐의 처리에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노 최고위원은 “해경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고 한 청와대의 지시를 압력이 아닌 의견제시로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비판했다.
단원고를 지역구로 둔 고영인 의원은 전날 SNS에 올린 글에서 “변죽만 울리며 노골적으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수단의 맹탕 수사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기록물 자료 제출요구안의 조속한 통과와 세월호 특검의 필요성만 높아졌다”고 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졌던 박주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가를 경영하는 분들은 ‘몰랐다’고 빠져나가고 실무자는 ‘책임이 없다’고 빠져나간다면, 304명이 희생된 이 참사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냐”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작업을 하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사참위)도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우려스러운 결론”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사참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수단은 사참위가 치열하게 조사해 구체적인 자료들과 함께 제출한 수사요청 8건, 유가족들의 고소·고발 11건에 관해 대부분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으나 그 근거 대부분이 피의자 진술과 기존 재판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사참위는 특수단이 무혐의 처분한 고(故) 임경빈군 구조 방기 의혹와 관련해 “의사의 판정 없이 익수자를 임의로 현장에서 사망 판정하고 시신 처리했던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수단의 무혐의 처분은) 향후 재난 현장에 출동한 공권력이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를 의사의 판정 없이 임의로 시신을 처리해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 매우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특수단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유가족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향후 미행, 도·감청, 해킹 등 구체적 수단이 입증되지 못하면 국가정보원 등의 포괄적인 민간인 사찰 행위가 용인될 수 있으며, 대공 혐의가 없는 민간인 사찰행위 자체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참위는 특수단이 처분을 보류한 세월호 DVR(CCTV 영상녹화장치) 조작 의혹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관하고, 입수 자료와 수사기록 일체를 사참위에 넘겨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대체로 허무해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 천명을 요구하며 76일째 노숙 농성 중인 고(故)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낮에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화가 났다가 충격과 허무함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한다’고 했지만 가족들은 사실 ‘설마 검찰이 (제대로) 하겠냐’고 했다”며 “그 ‘설마’가 정말이라니 힘이 쭉 빠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故) 유예은양 아버지 유경근씨는 “새로 규명한 내용 없이 전적으로 피의자 진술에 의존한 수사 결과”라며 “이번 수사는 해경에 집중됐는데, 검찰은 (박근혜 정부의) 외압으로 미진했던 수사의 책임을 덜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했을 뿐 침몰 원인·구조 실패 등 진상규명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