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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남이 잘되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민족

 

지난 8일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추위가 절정을 이루면서 중부내륙 등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한파의 원인이 북극진동이라고 한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이 공기가 우리나라에 접근하면 말 그대로 '북극 추위'가 되는 것이다. 북극권 나라인 모스크바 8일 아침 기온은 영하 4도, 서울은 영하 18도였으니 말이다. 이번 추위에 한강도 꽁꽁 얼어붙었다.

 

요즘의 우리 삶은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위기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한파까지 불어닥쳐 모두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요즘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견디는 것이라고 할 만큼 버거운 일상이다. 이번 한파로 어민들은 양어장의 숭어가 얼어 죽는 큰 피해가 있었다. 시설 농가에서도 기록적인 한파로 농작물이 얼고, 비싸진 연료를 더 사용해도 가격은 오르지 않아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나는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가 제정한 제36회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과분하리만치 많은 축하를 받았다. 등단 30년 만에 큰 상을 받으니, 뜻밖에 잊고 지내던 시인으로부터 축하 전화가 오기도 했다. 휴대전화로 축하 메시지가 계속 날아오고 인사를 받았다. 마치 본인의 일처럼 기뻐해 주고 진심 어린 축하에 정말 감동 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장에도 하객은 한 명만 허락되었다. 참석 못 한 지인들이 아쉬운 나머지 꽃다발 대신 다양한 선물을 부쳐주었다. 축하 떡과 장신구를 보내는 친구, 과일을 보내는 문우, 해산물 좋아한다고 전복을 보낸 제자까지, 상을 타면서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신세를 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모여서 식사 한 끼, 술 한 잔도 대접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나도 그들에게 일일이 선물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러면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아서다. 주소를 수소문해서 정성을 담아 택배를 보내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축하받은 만큼 어깨가 무거워져 더 열심히 작품 쓸 것을 다짐해본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 우리는 이것을 시기와 질투의 의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뜻은 거름과 관련된 속담이라고 한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의 의미로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어지고, 그 당시 농경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거름이다. 귀한 거름이 될 인분을 만들기 위해 배가 아파진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민족말살정책으로 그 속담이 와전되어 부정적 의미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리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사적인 모임이 금지되고 외출을 하지 못하니 갑갑하고 많은 사람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도 참 훈훈한 인정을 느낀다. 예로부터 선조들의 따뜻한 마음씨처럼 남이 잘되면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축하해주는 우리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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