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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 정치혐오주의는 누구의 이데올로기인가?

 

일본 제국주의와 군사독재정권, 부패정권을 미화해온 언론 참칭 매체들은 정치혐오를 부추기는데 여념이 없다. 기사 제목만 봐도 언론인지, 증권가 등에서 유통하는 속칭 찌라시인지 헷갈리기 일쑤다. 팩트 비틀기 천재들이어서 감귤을 탱자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거기에 붙이는 제목은 신박한 경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천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매우 선동적이다.

 

수구 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의 '워딩'은 조폭들의 막말과 구별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 정치인인데 말 품새는 시정잡배인 것이다. 차마 귀 열고 듣기조차 거북한 극우적 목사 등의 말과 오십 보 백 보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진보적 지식인이었다가 돌변한 교수 등도 닮은꼴이다. 진리를 논했던 그 고상한 입에서는 연일 막말이 흘러나온다. 비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어제의 신념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금세 수구 언론의 장단에 맞춰 춤추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의 '막말 동맹'은 공통점이 있다. 무논리. 이상하지 않는가? 독자나 지지자, 지성인 등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최고의 무기인 언어의 구조물, 논리를 왜 쓰지 않는지. 그 까닭은 그들이 정의를 지향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존 롤스의 정의론 핵심인 차등원칙은 정의는 평등주의가 아니라 약자에 입각해서 불평등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요컨대 정의는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다.

 

수구 언론과 수구 정치인, 신분을 세탁한 지식인들의 공통점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정의를 아예 모르거나 외면하는 사람들. 이는 그들의 막말을 푸는 열쇠다. 그러나 그들의 막말에 대한 탐구를 여기서 그친다면 순진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노회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단한 정치공학자들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상스럽고 수준 떨어지는 말을 즉흥적으로 내뱉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고도의 기획 속에서 던지는 창작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언젠가 한 식품회사가 남성의 정력증진에 호소하는 낯 뜨거운 광고카피로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와 유사한 마케팅 기법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른바 프레임. 막말 자체가 메시지다.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세력들과 '정의'로 맞붙어보았자 승산이 없다고 일찌감치 판단하지 않았을까? 일제 시대 친일파가 뿌리인 기득권층 일원다운 면모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막말이 겨누는 것을 캐내야 끝이다. 그건 과연 무엇일까? 우습게도 그것은 아주 가까이에서 똬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우리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낯익은 것이다. 그래서 소름끼친다.

 

'정치하는 놈들은 거기서 거기야!', '정치에 관심 둘 시간있으면 낮잠이나 자!', '이 당이나 저 당이나 다 도둑놈들이야!'......

 

이름하여 정치혐오주의.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여 눈감으면 누가 이익일까? 기득권층? 국민? 너무 뻔한 사실이 비밀이면 그처럼 완벽한 속임수가 어디 있을까? 정치혐오주의는 이처럼 기득권층의 가공할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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