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공개한 63건의 자료가 완전하지 않아 공개한 것처럼 시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놔라내파일 시민행동 연대’가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완전한 파일을 공개하지 않은 국정원에 대해 추가 자료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정원의 불법 사찰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시민행동)은 2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재동 화백과 곽노현 대표, 문성근 배우,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곽상언 변호사 등 9명의 인사가 참여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에 따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과 박재동 화백에게 사찰 자료를 공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문성근 배우 등 18명이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지난 16일 12명에 대해 일부 정보공개를 인정해 총 63건의 문건을 각자에게 발송했다.
지난 2017년 10월 처음 정보공개 청구 운동을 돌입한 이후 이룬 첫 성과다.
이날 박재동 화백이자 내놔라내파일 시민행동 공동대표는 “그 전에는 우리가 국정원에 사찰한 것을 보여 달라 해도 국가 안보에 관련한 것이기에 안 된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젠 법원이 판단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갖게 됐다”며 “지금은 누구든지 사찰됐다는 정황이 들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원 사찰 자료는 문성근 배우 22건, 곽상언 변호사 16건, 이준동 영화제작자 5건 등 총 63건이 공개됐다.
문성근 배우는 “22건의 문건을 받았다. 전체적인 부분이 워낙 많이 지워져서 구체적인 내용을 볼 순 없다. 그저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 명령이라는 운동을 했는데, 그 시민운동을 파괴하겠다는 공작이 하나 있고, 방송 출연 배제시키고, 출연한 영화를 만든 회사에 불이익을 주고, 관계 회사 세무조사를 하는 등 밥줄을 끊게 한다는 식의 흐름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정원의 사찰성 정보를 적극 제공할 것이라는 태도와 달리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들여다보면 알맹이 없이 형식적인 자료만 공개됐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으로 진보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고(故) 노회찬 의원은 단 1개의 사찰문건만이 공개됐고,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소선 여사는 단 한건의 문건도 받지 못했다. 국정원은 문건의 정확한 제목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문건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이러한 국정원의 태도에 연대 측은 이날 불법사찰 기록에 대해 정보 공개 원칙을 담은 ‘국정원 정보공개 특별법’ 제정 운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국정원은 국민을 사찰할 수 없다. 국민을 사찰했다면 국정원은 우리를 간첩으로 취급한 것”이라며 “아무런 법적인 근거도 없이 저를 포함한 국민의 정보를 몰래 수집했다. 사실 더 많은 문건이 존재하리라 본다. 모든 사람에 대한 문건을 성실하고 법에 맞게 공개하길 바란다”고 국정원의 선제적인 공개를 요구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