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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영화 '칠레전투'로 비춰본 한국의 민주화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은 전세계 패권을 장악한 초강대국이 되었다. 전쟁 당시 연합국이었던 옛 소련과 군사적 대결의 길로 들어선 미국은 한국전쟁을 통해서는 전세계적 수준의 냉전체제를 구축했다. 일제에 빌붙어 사리사욕을 채우던 반민족세력은 이제는 재빨리 미국에 충성을 다하면서 다시 민족의 압제자로 돌아왔다.

 

이런 사정은 남미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긴 세월 스페인 침략자들과 싸운 남미인들은 20세기 들어 미국 침략에 대한 투쟁으로 피를 흘렸다. 애국 전사들은 ‘라틴 아메리카 해방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의 뜻을 이어받아 반제 반봉건 혁명을 쉼없이 전개했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 형제가 주도한 쿠바혁명을 비롯해 남미 곳곳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쿠바 혁명이 남미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은 군사독재 정권 수립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장교들이 대부분 미국의 군사학교(the School of the Americas) 출신임이 그 증거이다. 1960년대 군사독재 정권이 수만 명의 민주인사들을 상대로 불법체포와 구금, 고문과 학살을 자행한 행위를 역사는 ‘더러운 전쟁’이라 부른다.

 

칠레의 세계적 다큐멘터리 감독인 파트리시오 구스만(1941~)은 자신의 영화 '칠레전투-비무장 민중의 투쟁'에서 자국내 반민주세력이 어떻게 민주주의와 사회개혁을 철저히 방해하고 좌절시켰는지, 그리고 각성한 남미 민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들을 물리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부르조아의 봉기' '쿠데타' '민중의 힘' 등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대작은 피노체트가 이끄는 친미군부와, 매판자본가들, 종교인, 극우정치 집단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지도에 따라 총궐기해 아옌데 민주정부를 무너뜨리는 과정,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민중의 자각과 저항을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1부에서 구스만의 동지인 카메라맨이 반란군 장교를 촬영하다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은 섬뜩하다.

 

최근 격력하게 드러나는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둘러싼 진통을 보면서 칠레의 당시 정치적 상황을 떠올린다. 촛불혁명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민주적 개혁 노력을 저지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필사적이다. 민족의 화해를 거부하고 분단에 기생해온 반민중적 정치집단과, 정치검찰, 독점적 재벌, 극우 반공체제의 이데올로그를 자처한 제도언론, 국적불명의 종교권력 등 특권 카르텔의 저항은 과거 남미 거악(巨惡)들의 총궐기 양상을 연상시킨다.

 

이 엄중한 상황에 대한 시민세력의 대응은 좀더 조직적이어야 하겠다. 민중과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이 땅의 인권과 민주주의, 민생과 민족 화해를 성과 있게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개혁의 성공은 민주시민들의 각성된 의식과 조직적 연대, 힘 있는 대응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필자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구스만의 영화 '칠레전투' 관람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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