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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하늘의 창(窓)] 다섯 손가락의 평등

 

 

“하인은 괭이를 집어들고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치수대로 정확하게 팠다. 바흠의 묘혈(墓穴)을 위해. 그리고 그를 그곳에 묻었다.”

 

잘 알려진 톨스토이의 민담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의 마무리다. 해가 저물기 전 출발선에 다시 돌아오는 만큼의 땅은 모두 자신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계약에 따라 바흠은 진종일 다니다가 노을이 보이려 하자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런 계약 조건에 혹하도록 만든 것은 사실 악마의 계략이었던 걸 몰랐던 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악마는 배를 움켜쥐고 떼굴떼굴 구르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왔다. 조끼도 장화도 물통도 모자도 모두 내팽개치고 괭이자루 하나만 붙잡고 지팡이 삼아 달렸으나 결국 돌아온 출발선에서 숨이 찬 나머지 세상과 하직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갔다. 소유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해도 마침내 껍데기다. 과도하게 많고 두꺼우면 도리어 삶이 질식한다.

 

인생의 시간은 얼마나 허락되어 있는지 몰라도 무한한 시간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깨우치지 못하면 욕심에 짓눌려서 사는 것처럼 살지 못하고 허망하게 떠날 것이다. 멀리 온 것을 자랑하느라 미처 알지 못할 미래다. 시간을 헛되게 보낸 셈이다.

 

고위직 인사들은 한결같이 땅 부자, 집 부자들이다. 그러니 권세가들의 머릿속에 “토지 공유제”의 상상력이 자리 잡을 턱이 없다. 권력도 집도 땅도 돈도 모두 제 주머니에만 쑤셔넣기 바쁘다. 묘한 것은 재산공개를 할 때에는 이걸 부끄럽게 여기고 한사코 조금이라도 더 숨기려 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물과 공기처럼 땅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건 이들에게 용납이 되지 않는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땅 헌납 운동을 벌이기 위해 인도 전역을 걸어 다녔던 혁명가, 간디의 정신적 후계자이며 “명상과 혁명을 함께 이룬 성자 비노바 바베”는 ‘다섯 손가락의 평등’을 일깨웠다. “다섯 손가락은 서로 길이가 다르지만 완벽한 협동으로 수많은 일을 함께 수행한다.”

 

조금 더 생각을 펼쳐보자면 손가락의 뿌리는 손이고 손은 팔이며 그건 온몸이 뿌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차별 없는 평등의 한 뿌리가 다섯 손가락을 존재하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에서 엄지는 새끼 손가락을 멸시하고 자기만 살찌우려 든다.

 

이런 손가락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평등과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가 몸 전체가 망가지고 말 뿐이다. 우린 지금 그걸 겪고 있다. 고통의 아우성을 들은 척도 않는다. 혼자 남은 손가락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부자가 천국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게 쉽다는 이야기가 허투로 들리는가 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땅을 나누는 길에서 비노바 바베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구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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