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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의 '생명이 답이다'] 생명, ‘테라 사케르’를 위하여

 

 

 

최근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1년도에도 나는 사찰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절에 정부가 맺은 미국소고기 수입 조건이 과학이나 국제기준에 의한 것이 아님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정원 사찰 대상자였던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정원 특명팀에 의해 소위 '종북좌파연계 불순활동혐의자'라는 특정 30여명 중의 하나로 2011년에도 관리되었다는 것은 매우 낯설었다. 과연 2011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 해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의 상임의장으로서 쌍용차 사태와 함께 한진중공업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농성에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탔다. 정동영, 이정희 등 당시 야당 정치인들과 함께 경찰의 초록색 물대포를 맞은 기억이 있다.

 

그 김진숙이 '복직 기원 희망 뚜벅행진'의 이름으로 부산을 출발해 34일 만에 청와대에 도착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 글을 쓰는 내게 들린다. 청와대 앞 발언문 첫구절은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였고,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라는 절실한 언급이 있다.

 

검찰의 조국 법무부 전 장관에 대한 끈질기고 과도한 의도적인 수사는 대표적 권력 남용으로 또 다른 촛불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언론 적폐세력은 여전히 조국 자녀에게까지 스토킹에 가까운 감시와 비방을 이어가며, 조국 일가를 사회에서 지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촛불 시민은 말한다. ‘상식은 어디로 갔는가’

 

한편 젊은이들은 신자유주의라는 양극화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영끌마저 하면서 주식과 부동산에 매달리고 있다. 단순히 좋은 스펙을 쌓아 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도 이제 시대 지난 말이다. 벼락 거지, 이생집망, 부동산 블루를 넘어 패닉바잉까지. 학벌이나 부의 세습으로 인한 계층 고정화를 넘어, 이제 사람들은 사회의 투명인간으로 남지 않기 위해 생존 싸움을 하고 있다.

 

민간 사찰을 하던 적폐 정부는 물론 해외에서 선진국 소리를 듣는 촛불 정부에도 여전히 우리가 민주주의와 상식은 어디로 갔으며,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니 무엇이 문제일까?

 

푸코에 이어 생명정치를 이야기했던 아감벤이란 이는 권력과 함께 ‘호모 사케르(Home sacer)’라는 벌거벗은 투명인간을 언급했다. 제도권에서 벗어나 있고 제도권에서 언제든지 죽여도 되는, 그들의 죽음에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는 투명인간에 의해 권력은 존립한다.

 

그것이 독일 나치건, 지본주의 적폐건, 민주주의건, 촛불정부건, 검찰이건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늘 호모 사케르를 필요로 한다. 생존이 강요되는 사회란 이제 그것을 우리 모두 피부로 절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정치 활동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사회에서 파시즘, 민주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은 인간을, 생명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민주주의나 상식도 권력에는 허울에 불과하다.이 지점에서 ‘나는 살아남는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쟈크 데리다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권력 속성에 굴종된 이다. 권력은 언제나 생명을 가진 이들로 하여금 호모 사케르를 만들려고 하지만, 이것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것, 모든 생명체가 존중되는 또 다른 긍정의 생명 정치와 구체적 현장 정책이다. 나는 그것을 인류세가 자행해 온 ‘테라 사케르 (Terra sacer)’마저 해방하는 새로운 생명정치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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