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선수인 송명근(28)과 심경섭(30)이 학교폭력 의혹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송명근, 심경섭의 학폭을 폭로한 피해자 A씨는 OK금융그룹이 밝힌 사과문에 '사실이 될 수 없는 문장이 있다'며 제대로 된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 "저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
13일 한 포털 사이트에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A 씨는 "10년이 지난 일이라 잊고 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용기 내는 피해자를 보고 용기를 내어 본다"며 당시 1학년이었던 자신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한 3학년, 이를 지켜보는 2학년 선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가해자들이 급소를 가격해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다"며 폭행 수위가 매우 높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그는 고교 감독이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 상황, 일상이었던 선배의 폭력 등도 밝혔다
A씨는 자신의 글이 기사화 등 화제가 된 후 "(폭행) 당사자가 평생 연락 한 번 하지 않다가, 사과하고 싶다고 연락했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 글을 내리겠다"고 전했다.
◇ 학교폭력 가해자는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 선수
익명의 가해자는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선수 송명근, 심경섭이었다
구단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명근, 심경섭 선수의 학교폭력과 관련되어 팬 여러분을 실망시켜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 선수는 송림고등학교 재학시절 피해자와의 부적절한 충돌이 있었고 당시 이에 대한 수술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피해자와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하려고 하였으나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 메시지로 사죄의 마음을 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심경섭 선수 또한 지난 송림중학교 재학시절 피해자에게 폭언, 폭행 등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두 선수 모두 어린 시절,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 피해자 A씨 "진심어린 사과였다면, 지속적 놀림 없었을 것"
사과문을 확인한 A씨는 “가해자 측에서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더라면 지속적인 놀림이 동반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저는 이것을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고 양심이 있고 생각이 있다면 본인도 사과를 했다고 인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구단 측이 언급한 ‘수술 치료 지원’에 대해 “당시 모든 수술비는 학교에서 지원이 됐고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라는 보험금으로 가해자 부모님께 150만 원의 통원치료비를 받았던 게 전부”라며, “부풀려서 설명되는 건 저도 기분이 나쁘니 명확하게 알려야 겠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저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사죄 문자를 남겼다 했는데 사과는 가해자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사과를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막무가내 전화로 끝낼 단순한 사항은 아니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로 온 내용에서도 이 글(폭로 글)을 내릴 정도의 진심 어린 사과는 느낄 수 없었다. 본인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섞여 있는 사과, 사고에 대한 사과는 있지만 그 후에 놀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사람인지라 이런 상황이 마음 편하지 않고, 단순히 괴롭히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는 점 본인들도 아셨으면 한다. 그렇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입장문과 사과는 인정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고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당사자들은 입장을 바꿔서 좀 더 오래, 깊게 생각해보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 잇따른 '학폭' 논란에 당혹스런 한국배구연맹
잇따른 배구선수들의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배구연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명근, 심경섭 외에도 앞서 여자부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두 선수를 퇴출 시켜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가는 등 논란이 커졌다. 방송가에서는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예능 출연분 '다시보기'를 삭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폭력'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학교체육 내에서 감독과 코치의 기합이나 구타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러한 폭력 문화는 자연스레 선후배 선수들 사이에도 스며들었다.
일단 한국배구연맹은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대한민국 배구협회, 협회 산하 초·중·고·대학 연맹들과 협의해 예방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폭력 근절 교육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또한 논란이 된 선수들에 대해서는 각 구단의 자체 징계를 지켜본 뒤 상벌위를 열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