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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실검이 사라져도

 

포털 네이버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오는 25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실시간으로 검색량이 급증한 검색어를 보여준다고 해서 ‘실검’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한 이 서비스는 대중의 관심을 표시하는 척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급상승 검색어를 만들어내서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은 ‘실검 마케팅’으로 불렸다. 정치에선 ‘총공’을 펼친다고 해서 특정 키워드 올리기 운동이 일기도 했다. 실검 1위는 화제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확신의 징표로 종종 활용됐다.

 

실검을 폐지한다고 해서 어뷰징 기사가 사라지거나 언론의 포털 종속성이 덜해지는 것도 아닌데 포털 서비스 하나에 왜 관심이 쏠릴까? 포털은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사가 알아서 포털에 뉴스를 전송한다. 덕분에 포털은 오로지 뉴스의 배치와 전달만으로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결정짓는다.

 

포털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기성 언론 이상의 의제 설정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볼만한 뉴스 가치에 맞춰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해야 할 언론이 포털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뉴스, 포털 메인에 걸리는 흥미로운 뉴스를 우선적으로 생산하는 것에 적응해갔다. 그러니까 포털 맞춤형 언론 구조를 드러낸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실검에 뜬 검색어가 무엇이든 간에 이를 소재로 기사를 생산해내면 클릭을 유도하기 쉽고 이용자 유입률은 광고 노출과 수익으로 이어졌다. 간단한 수익구조에 호응하며 맞춤 기사를 생산한 언론은 메이저, 마이너를 가리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기사라도 포털에 떠야 사람들이 알아주는 이슈가 된다. 2020년도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보면 40개 조사 국가 중에 검색엔진(포털)으로 디지털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이었다. 73%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포털로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검색어를 입력해서 웹사이트를 찾거나 뉴스 기사를 찾는 방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검색엔진으로 찾은 뉴스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고작 19%에 불과했다. 40개국 평균인 32%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포털 검색으로 뉴스를 주로 읽지만 그렇다고 뉴스를 그만큼 신뢰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플랫폼은 공급의 시장이든 소비의 시장이든 독점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양쪽 시장을 관리하고 싶어 한다. 뉴스 플랫폼인 포털도 예외가 아니다. 미디어 주도권을 플랫폼 미디어가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뉴스 공급사들이 획기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는 한 포털 종속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이용자는 더 개인화하고 능동적인 정보를 탐색하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포털은 이용자의 뉴스 소비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기술의 무게를 움직여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무게의 이동이 양질의 기사를 생산해내는 기자와 언론사를 주목하고 클릭하도록 유도하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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