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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다시 윤석열인가?

  • 신율
  • 등록 2021.03.05 06:00:00
  • 13면


 

윤석열 검찰 총장이 다시금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 덕분이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검찰에 지나치게 힘이 쏠렸었고, 힘이 넘치면 어떤 존재이든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권력 분산을 통한 상호 견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새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힘의 분산”이 아니라, “힘의 박탈”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 박탈된 힘은 다시 어디론가 “전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전이된 힘”을 소유하게 된 존재는 다시금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지난 자유당 정권 시절, 경찰이 부패와 문제의 근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예견은 충분히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권력이 선(善)하면”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 “선한 권력”은 없다. 권력의 속성은, “타인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설사 선한 권력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선한 권력이 항상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우리나라 형사법체계, 더 나아가 우리나라 법체계의 엄청난 변화를 야기한다. 외국도 검찰이 수사권이 없으니, 우리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우리 법체계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준, 대륙법, 특히 독일의 법체계에서도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일법에 영향을 받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러니, 윤석열 총장은 다시금 법치수호를 명분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맞다. 그럼에도 선뜻 동의하기 힘든 이유는, 지금의 국회가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은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단독”으로 처리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런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 국회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신뢰 없는 “존중”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검찰의 수장인 윤석열 총장은 극한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투쟁에 대한 여권의 반응은 차분하다. 이미 검찰의 극한 반발을 예상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과거의 경우를 보면 정권이 윤 총장을 때릴수록,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은 급상승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야권 대선 잠룡 중에 가장 유력한 존재가 윤 총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중수청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윤 총장의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윤 총장을 정치로 떠미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저항하다, 조기 퇴진하고 정치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의 운명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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