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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주도한 추미애 “시대가 붙여준 추다르크, 영광이자 보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만나다]
전두환·노태우 시절 판사 양심 지키기 어려워 정치 입문
수직적 조직문화 개선해야 검찰 개혁 오나성 형사정의 이룩
지난해 아파트값 폭등… 사법당국에 투기의혹 조사 지시
부동산 불로소득 원천차단 위해 '토지공개념 확립' 중요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는 때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강단있는 모습을 보였다. ‘추다르크’로 불리며 많은 지지를 받아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만나 그의 정치 인생과 검찰개혁을 주도한 소감 등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일문일답.

 

 

Q. 지역주의가 강했던 당시 대구 출신이면서 어떻게 동교동계 정치인으로 데뷔했나

 

= 그땐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 판사로서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기가 고단하고 힘들었던 시기였다. 찍히면 좋은 사건도 안 맡겼다.

 

그러다가 가사재판부로 배치가 됐는데 부장판사와 집 방향이 비슷해 같이 출퇴근하면서 억울하고 섭섭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3당 합당으로 어수선하던 때, 부평역에서 데모하는 학생들의 구속영장 수십장을 모두 기각했다. 기성정치가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각을 하고, 출근길에 말씀드렸더니 잘 했다고 하셨다.

 

속마음을 많이 털어놓을 수 있는 부장판사와 근무한 이후 광주고법으로 가게 됐다. 어느 날 나를 찾아오신 부장판사가 변호사 개업 후 새정치국민회의 발기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나를 김대중 총재한테 소개한 것이 정치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Q. 지역구 5선 의원, 여당 대표 등 여러 ‘여성 최초’ 타이틀에 이어 ‘추다르크’로 불리는데

 

= 시대가 붙여준 별칭이다. 지역주의 벽을 깨는 전사 이미지로 ‘추다르크’가 붙여진 것인데 지역주의는 타파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검찰개혁이라는 시대 과제가 나를 불러낸 것이고,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붙여준 것이기에 헌신하는 것은 나의 보람이고 영광이다.

 

 

Q. 조국 전 장관에 이어 검찰개혁을 주도한 소회는

 

= 내가 하고자 하는 개혁 방향은 제대로 전달만 되면 검사들이 환영할 일이다. 법률 전문가, 인권 옹호가 얼마나 멋있나. 검사로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자는 거다.

 

현장에서 범인을 잡고자 하는 마음에 공격적으로 수사하다 보면 인권침해적 소지가 많은데 그걸 적법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감독·지시·시정해주는 역할이다. 수사권을 뺏는 게 아니라 경찰은 경찰답게 검사는 검사답게 하자는 것이다. 모든 조직은 서로 견제, 균형의 원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검찰만 기소·수사·영장청구를 다 독점할 수는 없다.

 

원래 70년 전에 이뤄졌어야 하는데 일제 때 식민통치를 하면서 헌병경찰, 순사들한테 힘이 실렸고 이후에 국가경찰 일원화시스템으로 힘이 실리다 보니 이를 통제하기 위해 균형을 맞추려고 검사에게 수사권을 맡겼다. 이제 70년이 지났으니 본 역할대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이다.

 

Q. 현재 검찰개혁은 공정률로 본다면

 

= 뼈대로서의 공정률은 90% 정도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설치됐고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앞두고 있는데 국회에서 입법만 하면 된다.

 

이처럼 설치된 수사 기구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고,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삼위일체가 될 것이다. 사법적 통제는 검사가 하고, 그 검사가 사법적 통제를 월권하지 않도록 하는 민주적 통제는 법무부 장관이 하는 것이다.

 

Q. 앞으로 ‘검찰 개혁 완성’까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 결국은 수직적인 조직 문화다. 조직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데 배신자라고 왕따를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 아닌가. 시종일관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검사시보 때 검사직무대리로 수사를 하면서 저절로 나를 지도하는 검사의 모습을 배우게 됐다. 만약 수사 결과가 안 나면 무능하다고 하니까 시보로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수사를 잘 해야 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형사사법 정의를 위해서는 검·경이 협력관계가 돼야한다. 적극적인 형사사법정의 구현이라는 것은 범인을 한 명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고, 소극적인 형사사법의 정의라는 건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적극적, 소극적 형사사법정의가 지켜지려면 검·경 간의 조직에 대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서로 역할 존중하며 상호보완하고 조정해나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두 조직이 아직 그 부분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어 대단히 안타깝다.

 

 

Q 최근 LH 일부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부동산 투기 사범에 대한 엄정한 단속과 수사, 불법 수익 환수를 지시했는데

 

= 당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나고, 임대주택 수요도 충족이 안 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강남에 외국계 사모펀드를 통해서 아파트 건물 한 동을 통째로 매입해 리모델링해서 직접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것을 보고 불법 여부 조사를 지시했다.

 

투기 분위기인데 사법당국이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어서 전체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금융대출 과정에서 불법은 없는 것인지, 개발제한구역 불법 거래, 차명 거래, 농지 취득, 이런 부동산 투기 수법이 다 있는지 종합해서 대검이 제대로 수사 계획을 세우고 단속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 때 제대로 했었더라면 어느 정도 예방은 되지 않았겠나. 참 유감이다.

 

Q. 우려와 공분을 낳고 있는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 어떻게 생각하나

 

=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공직자들이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대열에 직접 뛰어들거나 정보를 유출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투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등의 행위는 엄단해야 마땅하다.

 

당연히 엄단해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는 토지공개념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잠자고 있는 토지공개념을 부활시키자’고 했는데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예전의 토지공개념 3법이 마치 위헌 판결을 받은 것처럼 잘못 알려졌는데, 그 당시는 미실현이익이라는 것을 과세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공평과제 차원에서 입법 기술적으로 아주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판결한 것이다.

 

‘한정자원인 토지에 대해서 다른 재산권과 다르게 공공의 이익에 맞게 할 수 있다’는 입법 목적이나 취지 자체를 헌재가 헌법불합치라고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가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방치하는 것은 망국병이며, 토지공개념은 4차 산업혁명으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를 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사법 문제를 떠나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미래 과제는

 

= 한국 사회의 촛불민주주의가 가진 여러 가지 의미 중에 하나가 우리가 미래를 잘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촛불민주주의에서 일탈하는 정치세력은 성공할 수 없다.

 

촛불시민이 주문한 것은 공정과 정의가 있는 대한민국이다. 우리가 나아가는 미래는 4차산업혁명시대라고 하는데 여태까지 산업화시대는 그 시대가 끝나서 보면 불평등과 양극화가 너무 심했다. 새로운 혁명이 왔을 때는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은 부동산 땅이 땀보다 더 혜택을 누리는 ‘지대개혁’부터 기득권이 자본과 결탁해서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것들을 점검해가면서 기술의 진보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Q. 한국 사회를 위해 앞으로 추 전 장관님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지

 

= 검찰개혁도 조국장관 사태로 임계점에 이르렀던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그 시점에 내가 맞닥뜨린 운명이구나 싶었고, 나를 추천한 분들도 ‘당신 아니면 못한다’고 하셨다.

 

나는 정말 지대개혁을 하고 싶지만, 정치는 설득력이고 공감을 얻지 못하면 안 된다. 나 혼자 외칠 것이라면 강단에 있으면 되지만 정치는 현실에 정책으로 펼치려고 하는 거 아니겠는가.

 

내가 목소리를 냈는데 공감해주시고 ‘그럼 한번 깃발을 들게 해 드릴테니 해보세요’하는 공감이 많아져야 나도 뜻을 펼치기 위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리가 탐나서 하는 사람은 아니다.

 

 

■ 추미애(63) 전 법무부 장관

 

(전) 법무부 장관

(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상임고문

15·16·18·19·20대 국회의원(서울 광진을)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방문교수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춘천·인천·전주지법·광주고법 판사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연세대 경제학 석사

대구 경북여고·한양대 법학과 졸업

 

 

대담 = 심흥식 논설주간, 이주철 사회부장

정리 = 신연경 기자

사진 = 조병석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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