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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미나리 김치


 

요즘 ‘미나리’영화가 인기몰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교되는 인기몰이를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텅 빈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미나리’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이삭 감독이 ‘미나리’를 호명하여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네 얼굴은 왜 그렇게 납작하니?’ 데이빗(엘런 김)에게 건네오는 낮선 곳에서 친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의 화투를 배우고 가지런히 칫솔을 하며 서로를 닮아가는 척박하지만 인간미 있는 그곳,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은 모니카(한예리)가 한국에서 온 어머니를 눈물로 포옹하는 장면이다. 가족의 재회는 얼마나 감동적인 설정인가? 그리고 어머니가 꺼내 놓는 멸치를 받고 또다시 울컥해하는 모니카(한예리), 고향의 언어는 잊혀진 것을 기억하게 하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미나리의 약효인지 손자의 병은 기적적으로 호전되고 대신 할머니가 병을 얻고 그의 실수로 그동안 일궈온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손자의 안내를 받으며 집으로 되돌아가는 할머니, 그곳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가족이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정은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감독의 의도이다. 그리고 그 힘은 가족이라는 의미로 전달된다.

 

영화에 몰입하면서 고향에서 많이 먹었던 ‘미나리 김치’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탈북민이라는 존재의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나리’는 번식력이 뛰어나고 식용과 약용으로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식물이다. 그리고 너무 흔하게 널려 있어 기억조차 사라진 고향음식이다. 고산지대를 제외하고 습지나 음지에서 잘 자라고 항암작용과 염증치료에도 좋고 특히 간에 특효이다. 해독제로 쓰인 미나리는 생선을 잘못 먹어 부작용이 있을 때 이것을 처방하기도 한다. 국가정책으로 미나리 밭 조성까지 했으니 지천에 널린 것이 미나리이다. 봄부터 시작하여 가을까지 늘 있어 냉국이나 무침으로 먹기도 하고 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미나리 김치’는 한약 같은 특이한 향으로 절임을 하여 봉인했다가 몇 칠 뒤 먹는다. 이제는 그 맛도 잊혀진 ‘미나리 김치’

 

가족이라는 구성원으로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그러나 만날 수 있는 희망조차도 없는 탈북민의 소망은 무엇일가? 국내에 ‘미나리’ 영화가 개봉된 날 무연고 탈북민이 갑자기 병원에 실려가 사망했다. 망자를 관리하는 것은 경찰의 몫이다. 그리고 주변에 얼마나 많은 무연고 탈북민이 살고 있는지 나도 알지 못한다. 영화는 바퀴달린 집이라도 가족이 모여 사는 것이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멀리 있더라도 어머니를 만날 수 있고 고향의 맛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4월 25일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인이 서툴게 ‘미나리’라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면 나도 속해 있는 누군가를 호명하는 것 같아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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