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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 20대를 위한 변명

 

 

"진보를 자신의 특허품인 양 떠드는 진보 꼰대나 상식조차 지키지 않는 수구 꼰대나 거기서 거기 같아요."

 

한동안 20대들하고 책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계급장'을 떼고 매번 수평적으로 토론을 벌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속내가 드러났다. 여론조사나 경제통계 수치 등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20대들의 감성을 들여다본 것이다.

 

"우리는 알바족이잖아요. 술집이나 음식점, 편의점, 백화점 등에서 생활비를 벌기위해 감정 노동을 하죠. 기성세대들에 대한 이미지는 그들과 부딪혀서 생긴 감정의 결과물이죠."

 

재일 동포 철학자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의 말을 빌릴 필요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사계절)에서 인간의 이성은 변화가 가능하지만 감성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보통 관념과 정반대 사유다. 감성을 인간 이해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테면 20대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다. 진보든 수구든 하나의 달걀 꾸러미에 넣어 계열화해서 자신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감성의 성은 생각보다 크고 견고하다. 이제 여론조사 분석이 가능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이는 정치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20대들이 '감성의 섬'에 떠있음을 방증한다. 어디든 휩쓸리지 않고 무시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에 대한 한 묶음 불신은 그들이 고백한 것처럼 어른들과 부딪혀 겪은 감정의 결과물이다. 이 형식을 달리 표현하면 기성세대들의 태도가 아닐까한다. 존중과 배려가 없는 일방향의 소통 방식. 그들은 아무리 맛있는 스테이크라 하더라도 강요하면 라면 먹는 것보다 못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게 아닐까?

 

부딪힘이 관건이다. 그 속에서 그들의 감정이 형성된 만큼 새로운 방식의 부딪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이 20대를 영혼 없는 대상이 아닌 설렘과 낯섦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타자로 존중해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기존의 낡은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바다출판사가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시리즈 첫 작품으로 출간한 루이스 세뿔베다의《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는 엄마 고양이가 자신이 키운 어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는데 존중과 연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세대 간 소통을 강조하는 건 당연해서 진부하기까지 하다. 엄마 고양이가 새끼 갈매기에게 당부하는 말은 우리의 기성세대에게 건네는 역설처럼 들리는 건 왜 일까?

 

“(날개만으로 날 수 있는 건 아냐!) 오직 날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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