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 주 네이버 포털 뉴스에서 4‧7재‧보궐 선거보도를 모니터한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 보고서를 보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는 ‘LH 분노…오세훈‧안철수 둘다 박영선에 18%P 이상 앞섰다’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로 LH 파문이 여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야권 후보의 지지세가 여권 후보를 앞지를지 모른다고 전망하는 내용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유용한 정보지만 해석에 늘 주의해야 한다. 마치 승패가 결정난 것처럼 보도해선 안 된다. 남은 선거기간에 유권자의 선택이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후보자 정책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부각되기 쉬운 거대양당 구도는 선거를 단순하게 압축시켜 버린다. 때문에 소수정당이나 신진후보가 나설 기회를 좁힐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배려를 선거보도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같은 보고서에 조회수가 높은 보도의 상당수는 정치인의 거친 입담이 그대로 실린 경우였다. “선거 거의 이긴 듯”, “○○○, 잘리겠네”, “양심선언 나오면 후보 사퇴” 등의 직접 인용 제목이 많다. 소위 잘 팔리는 선거 뉴스는 후보 동정을 포함해 막말 인용 보도다.
이 후보가 “이렇게 말했다”, 저 후보는 “저렇게 말했다”라는 식의 대결 프레임을 제목으로 정하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자체에 관심이 몰린다. 언론이 후보자의 거친 말을 확산 유포하는 ‘스피커’ 노릇을 자처한다는 비판이 꾸준하다. 후보자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주장을 내놓았는지, 정치혐오를 일으키는 표현은 아닌지, 언론은 보도여부를 고려하고, 발언에 대한 평가를 함께 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아줌마” 표현을 성차별적이고 문제 있는 발언으로 지적한 것은 적절했다.
정치 공방만 전달하는 선거보도는 유권자들이 정치를 ‘싸움판’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내편이 이기냐, 지냐만 따져 묻는 언론 행태는 모른 체하고 선거에 무관심한 유권자라고 타박하는 건 원인과 결과를 잘못 짚었다.
단일화를 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갈등 구도가 선명한 이슈에서 언론은 전략 분석과 판세 전망을 거침없이 내놓는다. 반대로 정책 대결 보도는 소극적이다. 후보자의 계획을 소개하는 보도 이후에 검증보도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후보들이 내건 정책이 지역의 현안인지, 필요한 제안이라면 재원조달 가능성은 있는지 검토해야 유용한 보도고 유권자의 정치관여를 높이는 좋은 보도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예민함과 문제의식 없이 후보자들의 막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낡은 관행이 이번엔 덜할까?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실현되고, 선거를 통해 완성된다. 그런데 선거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언론을 통해 주목받는다. 언론은 올바른 여론을 조성하고 성숙한 여론을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선거 때마다 반복하는 당부건만, 변화는 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