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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격차' 쫓아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취약 계층'

 

# 성남시 은행동에 거주하는 A(77)씨는 얼마 전 속상한 일을 겪었다. 지인과 국수를 먹으려고 한 가게에 들어간 A씨는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정체 모를 기계에 크게 당황했다. 점심시간 몰려드는 손님에 기계 앞에서 우물쭈물하던 A씨는 도움의 손길을 바랐지만 종업원들은 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주방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결국 A씨는 지인과 식당 밖으로 나와 근처 아무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이후 A씨는 밖에서 식사를 할 때 혹여 가게 안에 주문기계가 있을까봐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 광주시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B(31)씨는 코로나19 이후 자녀들에게 죄스러운 마음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B씨는 빠듯한 살림에도 자녀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 했지만, 온라인 학습이 자리 잡으며 번듯한 노트북, 하다못해 태블릿도 사주지 못했다. 다행히 사정을 아는 성당 지인이 중고 태블릿을 선물해 줬지만, ‘핸드폰으로 봐도 상관없다’며 ‘태블릿은 비싸기만 하고 금방 고장 난다’는 자녀의 말에 B씨는 가슴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변했다. 사람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이 일상이 됐고, 비대면을 위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졌다. 이 속에서 디지털 격차의 단면이 고스란히 세상에 드러났다.

 

수많은 가게들이 무인 단말기인 ‘키오스크’를 활용해 터치스크린으로 직원 없이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편리함은 늘었지만 고령층의 이용은 어려워졌다. 사용법도 키오스크마다 달라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이용법을 익히기엔 무리가 있다.

 

게다가 경기연구원은 디지털 소외에 대한 연구에서 향후 무인점포가 확대될 경우 60대 연령층이 가장 소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격차를 호소하는 것은 노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 되며 일부 저소득층 학생들은 기기 구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마트 기기의 부족은 네트워크 환경의 열악함과도 이어졌다. 온라인 학습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디지털 소외로 인한 격차가 벌어졌다는 평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지금의 디지털 격차가 향후 따라잡지 못 할 만큼 심화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학업 격차가 걱정된다는 B씨는 “처음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 당장 기계는 어떻게 사고, 뭘 사야 할지 몰랐다. 비싼 기계로 공부해야 성적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그래도 성능이 좋은게 애한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가끔 생각한다”며 “1년만 지나도 세상이 크게 변해있으니까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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