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과정에서 호모사피언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 두 가지를 꼽자면 음식과 섹스로 귀결된다.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기계에 머물며 추구하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생물학자 윌슨(E. O. Wilson)은 “인간의 정신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장치이며, 이성은 그 장치의 다양한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라고 했다. 종의 기원과 이기적 유전자를 경유하여 최근의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살펴본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 욕망과 합리적 이성으로 축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석은 짝을 잃은 듯 허전하다.
'펜트하우스 시즌 2'는 막장 드라마로서 시청률 3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케이 광자매'도 막장에 가까운 내용의 미스터리 살인 사건과 멜로와 코믹이 혼합된 드라마로서 평균시청률 1위를 질주중이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이기적 욕망을 자극하는 드라마를 선호한다. 유튜브 역시 이기적 욕망과 감성을 자극하는 유튜브의 선호도가 높다. 진중권의 아무 말 대잔치에 환호하는 것도 유사하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를 결정하는 것도 이성이 아닌 감성이다. 상품에 대한 욕망이 앞서는 것이다. 지나친 소비에 대해서는 후회하기보다는 합리화한다. 인간은 합리적이기도 하지만 합리화하는 데도 능하다.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예사로 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에 해당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으로 대입해보면, 보수는 이기적 욕망에 충실하고, 진보는 이성의 힘을 키우기 위해 나름 노력하지만 이기적 욕망과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시민대중은 어떨까? 대체로 합리적 이성이 이기적 욕망을 이기지 못한다. 진보의 설 자리가 좁은 까닭이다.
선거에서 투표 행위는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생존의 문제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 가장 날을 세우는 2030 세대의 위기의식은 사실상 번식을 포기한 생존 투쟁에서 연유한 분노의 발현이다.
또 한편으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정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이기적 욕망과 합리적 이성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철칙으로 했던 원시공산사회에서 공정성이 인간의 본성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최후통첩게임에서 입증된 바다. 공정함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 합리적 이성에 의해 절제되었던 이기적 욕망이 분노로 폭발하는 법이다. 초가삼간을 태우더라도 분풀이를 하겠다는 것. 역사는 겪을 일을 다 겪은 후에야 겨우 한 걸음씩 전진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