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동원고등학교와 한국도로공사(도공)가 지난해부터 갈등을 겪고 있다. 동원고가 도공이 추진 중인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가중될 소음을 우려하며 방음벽 대신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방음터널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면서부터다.
실제로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고속도로가 교실 건물 쪽으로 3m가량 접근해 도로와 학교 간 이격거리가 약 6.1m까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도공은 ‘소음 기준 만족’과 ‘예산 문제’ 등을 주장하며 18m 방음벽 설치와 저소음 도로 포장을 해주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동원고는 최근 11m 방음벽이 설치된 지금도 심각한 소음 피해를 겪고 있어 방음터널 설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도공과 함께 소음측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소음 평균치는 학교보건법상 기준치인 55㏈에 임박하거나 훨씬 넘어섰다. 동원고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도공 측에 방음터널 설치를 재검토 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도공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자 동원고는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강현 동원고등학교 교장은 경기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차량 소음으로부터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정 교장의 이 같은 반응은 동원고가 현재 도공과 영동고속도로 방음터널 설치를 두고 갈등을 겪어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는 “학교란 곳은 학생들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생활하는 공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또 “교실은 선생님들이 수업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다”며 “그러기에 학습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데, 도공에서는 오직 법적 기준 그리고 경제적인 논리만을 가지고 접근하는 거 같다”고 했다.
정 교장은 지난달 24~25일에 실시한 소음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소음이 가장 높게 나온 곳은 이 학교 중국어전용실 창측으로, 최대 소음이 64.6㏈에 달했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제3호에 명시돼 있는 교사 내 소음 기준치인 55㏈를 훨씬 넘은 수치다.
그는 “현재 소음이 가장 심한 4~5층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8명과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2명, 학교 고문 변호사가 소송제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저희가 30년 동안 감수해 온 피해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앞으로 있을 도로공사 확장공사로 인해 학생들에게 더 이상의 소음이나 분진 그리고 위험 같은 피해를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교장은 도공과의 원만한 협의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현재 저는 학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심정이다”라며 “도공 측에서는 이 문제를 경제적으로 혹은 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의 우리나라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접근을 해주신다면 추가로 들어갈 예산 90억 원이 아마 아깝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를 향해서도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도로 주변에 있는 학교는 큰 소음이 발생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질 않아 정식으로 문제 제기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한다는 취지다.
정 교장은 “학교보건법에 명시돼 있는 55㏈이라는 소음기준은 상당히 오래 전에 만들어져 현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희 학교와 같은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는 학교는 55㏈이라는 기준 때문에 가혹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소음으로부터 정신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소음을 줄이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해주시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소음과 분진의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자연과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안정적인 상황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