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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기행] 혁명과 노래 8편 ‘체 게바라의 별 호세 마르티2’

 

‘월드뮤직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강의해왔지만 내 강의의 대부분은 음악과 음악인 이야기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역사 강의로 샐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쿠바의 관타나메라’ 를 소개할 때다. 

 

중,노년층의 관심이 늘 뜨겁다. 그들은 70년대 3인조 그룹 세샘 트리오(‘나성에 가면’을 히트 시킨)의 목소리로, 청춘시절에는 미국 조앤 바이즈,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로 만났던 관타나메라를 추억 속에서 호출한다. 흑백 사진첩 넘기듯 아련한 눈빛이 된다. 노래 속 여인의 고향, 황백색 꽃 피는 종려나무 무성한 지구 반대편 섬 관타나모의 풍광을 전하면 ‘죽기 전에 언제 한 번 가보나’ 하는 동경의 눈들로 빛난다.

 

그러다 노랫말의 주인공, 쿠바 혁명가 호세 마르티 이야기를 하면 노래 이미지 반전에 충격 받는다.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와 미군 주둔 관타나모 기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알카에다 포로 수용소, 혹독한 고문 등의 뉴스를 떠올린다. 지금은 수교국이지만 60여년간 적국이었던 미국 포로수용소가 왜 쿠바 땅 관타나모에 있는지부터 질문이 쏟아진다.

 

관타나모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500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곳 관타나모에 상륙한 이후 스페인령이 되었고 400년 굴욕의 식민역사가 시작된다. 그 땅 위쪽에서 군침 흘리고 있던 젊은 미국은 1898년, 자국 군함 침몰 자작극으로 스페인과 전쟁을 벌인 끝에 승리해 쿠바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넘겨받는다.

 

쿠바는 3년간 미군정 통치를 받은 끝에 1902년 독립을 이루지만 미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쿠바헌법에 집어넣은 ‘플랫 수정안’으로 오늘날까지 발목을 잡히고 있다.

 

수정안 중에는 ‘미국의 해군기지를 쿠바 땅에 만드는 것을 합의’하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양국이 합의해야만 파기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으로 사실상 영구적 미국 식민지가 된 지역이 있었으니 바로 관타나모다. 그 협정에 의해 미국이 냈던 당시 임대료는 연 2000달러. 1934년 재협정으로 4085달러로 올렸지만 말이 되는가. 우리나라 서울시 면적 1/6이 넘는 땅을 말이다. ‘남의 나라 땅’ 문제였던 관타나모에 세상의 이목이 쏠린 것은 2001년, 미국이 그곳에 지은 포로 수용소에서 행해진 악랄한 고문이 폭로되면서다. 오바마가 미국의 수치라며 수용소 폐지를 공약했으나 지키지 못했고 그래서 비극은 현재진행형.

 

2006년, 반짝 나왔다 사라진, 불모의 사막에 피어난 꽃 같은, 그래서 기적 같은 뉴스를 기억한다. 관타나모의 수용소 포로들의 시집이 세상 밖에 나온 것이다. 치약을 잉크 삼아, 스티로폼을 종이 삼아 숨어 쓴 22편의 시가 ‘관타나모에서 보낸 시: 수감자들이 말한다’ 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이다. 시 하나하나가 유언 같다.

 

내 피를 가져가요/ 무덤에 외롭게 누운 내 주검/ 사진을 찍어 세상을 향해 보내주오/ 재판관들에게/ 그리고 양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들이 죄의식의 짐을 지도록/ 아이들과 역사 앞에서/ ‘평화의 수호자’의 손에 고통 받는 이 영혼에 대해

(바레인 청년 주마 알두사리(33)/ 테러 용의자로 수감)

 

포로 시인들의 고백 중에 ‘시가 없었다면 미쳤을 것’이라는 말이 오래 울린다.

그들 이전에 관타나모를 무대로 한 시로 명곡 관타나메라를 탄생시킨 호세 마르티. 전 생애를 나라의 독립에 바친 혁명가 마르티가 시를 놓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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