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부 미술품 2만3000여 점 중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관련한 유물들은 수원화성박물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 일가는 지난달 28일 고(故)이건희 회장이 40여 년간 수집한 미술품을 국립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2만여 점의 미술품 중 ‘화성능행도 8폭 병풍’과 ‘환어행렬도’ 등 수원화성 관련 미술품이 공개됐다. 

수원시는 해당 미술품은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등 수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며, 정조대왕의 수원행차와 관련된 직접적인 유물이기 때문에 수원화성과 정조시대를 전문으로 다루는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소장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개된 '화성능행도'는 8폭 병풍으로 보물 제1430호로, 1795년 수원행차의 주요 행사 모습을 다루고 있다. 혜경궁의 봉수당진찬연을 비롯한 수원향교 참배, 낙남헌양로연, 득중정에서의 활쏘기, 서장대를 중심으로 수원화성 군사훈련 장면 등이 담겨있다. 

‘환어행렬도’는 8일 동안 수원행차를 마치고 환궁하는 정조대왕의 국왕행렬이 지지대를 통과해 시흥행궁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故) 이건희 회장이 소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화성성역의궤’와 ‘원행을묘정리의궤’, ‘채제공 65세 초상’등의 작품들을 목록 확인 후 수원시 이관 요청 할 예정이다. 

번암 채제공은 초대 수원유수이자 수원화성 축성 총리대신을 지낸 인물로, 지역의 역사 인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다.

정조대왕의 수원행차에 대한 수준 높은 궁중기록화 유물들이 수원시로 이관되면 수원의 역사적 위상과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유산인 수원화성과 이를 뒷받침할 정조시대의 유물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문화향유권도 보장할 수 있다. 

이어 수원시는 이건희 박물관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4일 염태영 시장 주재로 열린 정례 현안회의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의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원갑)도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미술 수집품 중 화성능행도, 환어행렬도를 수원화성박물관에 이관할 것과 이건희 컬렉션 목록을 요청했다.

김 의원 측은 이건희 컬렉션 목록 중 화성성역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채제공 65세 초상 등 수원 관련 유물에 대해서도 수원지역으로의 이관을 요청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