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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옥산동 ‘안성농업인 새벽시장’, 농민·소비자 상생모델로 ‘딱’

주차난·소음민원으로 이전 필요성 제기
LH 소유 고등학교 설립 예정부지로 이전
농민 만족도 높지만 낮은 인지도 해결해야

 

“새벽시장이 이곳에서 열리고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자주 와요. 근처 마트나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싸고 싱싱해서 종종 찾게 되네요”

 

6일 오전 6시 50분쯤 안성시 옥산동 ‘안성농업인 새벽시장’에서 만난 이명숙(75)씨는 구매한 채소와 곡류를 양손 가득 들고 이렇게 말했다. 평일 이른 아침이지만 농업인 20여명이 참가해 부추·달래·고추 등 다양한 우리 먹거리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새벽 4~5시부터 안성시 곳곳에서 찾아온 농업인들은 생산지·생산자·가격 등이 적힌 농산물 인증표시판을 놓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참가 농업인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발열 체크, 가판대 거리 유지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모습이다.

 

특히 시중 가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저렴한 가격과 전날 바로 수확해 싱싱한 채소들이 눈길을 끈다. 최근 가격이 대폭 올라 ‘파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대파 한 단, 열무 한 단이 3000원이라는 말에 소비자들은 바삐 지갑을 열었다. 인근 주민들이 도보로 시장 구경을 오는 일도 있지만, 자가용을 타고 장바구니 가득 짐을 실어가기도 했다.

 

 

새벽시장 초창기부터 참가해왔다는 농업인 조광호(77)씨는 “우리는 친환경으로 대파를 재배하는데 남은 물량은 새벽시장에서 판매한다. 따로 수수료도 낼 필요 없고, 일년에 한 번씩 회비만 조금 내면 되니까 농촌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운영해온 안성농업인 새벽시장은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관내 농업인들이 제철 농산물을 직접 판매한다. 매일 새벽 4시 30분부터 오전 8시 전까지 운영하며, 전날 오후에 수확한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기존 새벽시장은 안성시 아양로 도로변에서 운영했지만 안성아양택지지구가 개발되며 입주민들이 새벽마다 소음과 교통혼잡 등 민원을 제기해 이전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올해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인근 고등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새벽시장이 열릴 수 있도록 장기간 빌려주기로 했다. 안성농업인 새벽시장운영협의회에 따르면 LH가 별다른 임차료를 받지 않는 대신 지자체가 해당 부지만큼 재산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안성농업인 새벽시장이 새롭게 자리를 잡은 곳은 LH가 소유한 안성시 옥산동 570번지, 백성초등학교 옆 부지로 넓이는 약 8000㎡에 달한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장소를 이전하면서 주차난이 해소되고, 교통사고 위험이 줄었다면서 반가운 뜻을 내비쳤다. 단 기존 부지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접근성이 부족한 만큼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덕양면에서 온 농업인 이현숙(75)씨는 “이전에는 자동차도 많고 좁다 보니 복잡하고 위험했다. 주말이 되면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새벽 1~2시에 와서 가판대 자리를 잡기도 했는데 자리 걱정할 필요 없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또 다른 농업인 정순훈(62)씨는 “새벽시장은 로컬푸드 직매장에 들어갈 수 없는 우리 같은 농민들에겐 중요한 판로”라며 “넓어서 좋기는 한데 아직 이곳은 덜 알려져서 예전에 비해 다들 덜 찾아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전 7시 30분이 넘어가면서 대부분 농업인은 가판을 접고 트럭에 몸을 올렸다. 비교적 손님이 적은 평일인데도 농업 인당 평균 매출은 10여만원에 달했다. 

 

봉효중 시장 운영협의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연매출 18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농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만 가져다 팔고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농민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다”며 “성남, 평택, 수원 등 각지에서 찾아오는 등 소비자들도 많이 찾는 시장이니만큼, LH서 임차한 새 부지에서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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