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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영끌'하지 않는 청년들의 주거권은 어디에 있나

상대적 박탈감 호소하는 2030? 다수는 세입자
전월세 세입자 보호하고 공공임대주택 늘려야

 

지난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출을 모두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2030 청년층의 ‘영끌’은 연일 헤드라인을 수놓고 있다. LH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러나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최초 주택구입 평균연령은 지난 2018년 기준으로 43.3세다. 애초에 집을 사기 어려운 20대~30대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는 얼핏 이해하기 어렵게 들린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개한 ‘2020년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61.4%는 실거주 목적의 1가구 1주택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주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이하 가구 중에서는 54.4%만이 1가구 1주택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40대(62.1%), 50대(63.7%), 60대(64.4%) 등은 60%대를 기록했다.

 

집을 살 수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많지 않은 청년들이 부동산 문제를 두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데에는 불안정한 청년 주거 형태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영끌’은커녕 전‧월세를 전전하면서 임대료 폭등과 4년마다 이사를 이어가야 하는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

 

◇ 끌어모을 영혼조차 없는 청년 세대…10명 중 8명은 전‧월세 세입자

 

지난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만 20세에서 34세 청년 가구 중 임차 가구는 77.4%, 자가는 17.2%다. 일반 가구의 경우 임차는 38.1%, 자가가 58.0%로 집을 소유한 비중이 더 높았다.

 

청년 임차 가구의 주거 형태를 살펴보면 월세가 64.9%, 전세는 35.1%였다. 청년 임차 가구의 월 소득대비 월 임차료(RIR)는 17.7%를 기록했고, 수도권 거주 청년 가구의 경우 19.8%에 달했다. 매달 소득 중 5분의 1을 주거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면서도 청년층의 9.0%는 최저 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집에 살고 있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은 방 면적이 14㎡보다 적으면서 전용 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시설 중 1개라도 없는 경우 해당된다.

 

월세살이가 내 집 마련을 위한 잠깐 스쳐가는 시기라고 여기기도 어려워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5~29세 청년들 중 9.2%, 30~34세 청년들의 12.4%는 5년 이상 원룸에 거주한다. 5년 전인 2010년 25~29세, 30~34세 청년들의 5년 이상 거주 기간은 4%, 8.4%였다.

 

집값을 안정화 시켜 언젠가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희망도 중요하지만, 현재 청년들에게 더 절실한 정책은 안정적인 주거권 보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는데 언론에서 소수 사례인 ‘영끌’에만 너무 집중한 것 같다”며 “집값의 10%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게 하겠다면서 분양하는데, 중요한 건 임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값 상승이 멈추게 되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추월하는 ‘깡통 전세’가 늘어나면서 젊은 청년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수도권에는 분양이 아니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 청년들이 일하면서 살 수 있도록 위치가 좋은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보증금 떼일까 '전전긍긍' 안전장치 미비…청년들 울리는 깡통 전세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피해 건수는 2018년 919건에서 3251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발생한 서울 곳곳에서 임대주택을 500여채까지 불린 뒤 수십억대 주택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세 모녀 갭투기’ 사건처럼, 전세금 2건 이상 미반환 ‘나쁜 임대인’은 HUG 자료 기준으로 356명에 달한다.

 

갭투기 증가로 깡통 전세가 늘어나면서 임차인들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수록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연립·다세대주택에서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지역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전세가율은 70.48%로, 아파트(66.54%)보다 훨씬 높았다. 

 

현재 보증금 반환을 위한 강제력 있는 피해구제 수단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 전부라 청년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세보증금 반환을 책임지는 HUG 전세보증금반환 보증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선순위채권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집값을 넘기면 가입할 수 없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월세신고제’가 이달부터 시작됐지만 보증금 6000만 원, 또는 월세 30만원 이하는 제외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피해자 1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고의 55.6%가 보증금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 구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신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부담을 떠넘기면서, 기존 계약을 갱신한 집과 신규 계약 사이 ‘이중가격’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이중가격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도시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기존계약연동 및 임대료상한제가 필요하고, 표준 임대료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성노 전국세입자협회 사무국장은 “단기적으로는 전세보증 확인 및 점검, 청년 및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세입자 권리를 교육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전세보증보험 의무가입 및 지자체의 세입자보증보험 지원, 건물의 불법 건축 관리감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해야…낮은 접근성·좁은 전용면적은 숙제

 

지난해 정부는 청년 주거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도심 내 청년특화주택 7만6900가구 등 27만3000호의 청년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현재 청년 전·월세 임차가구 226만 가구 중 10% 이상이 청년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1인 청년가구를 위한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기존 호텔, 상가 등을 주택으로 바꿔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안암동 ‘안암생활’, 노량진 ‘노들창작터’ 등이 시범 공급됐으며 지난달에는 '아츠스테이 영등포'가 공급됐다.

 

그러나 단순히 물량만 늘리고 질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임시방편으로만 남거나 수요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된 공공임대주택 중 1만4299가구가 공실 상태였으며 이중 수도권이 4554가구였다.

 

청년 공공임대주택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건 좁은 전용면적이다. 지난 2019년 온라인에서 ‘5평 청년주택’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지나치게 좁다는 주장과, 고시원 거주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라는 의견이 대립했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호텔을 개조한 ‘안암생활’ 등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15~17㎡으로 5평 남짓한 크기다. 최소주거기준은 간신히 맞췄지만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고 주거권이 충분하게 보장된 공간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이밖에 청년주택, 행복주택의 공급이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 강북구의 삼양동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4개 타입 중 2개는 신청자가 한 명도 없는 굴욕을 겪었으나청년을 대상으로는 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분양주택에 비해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단순히 거쳐가는 곳이라고만 여기는데, 늘어난 소득 수준에 걸맞게 청년들의 주거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계획해야 한다”며 “단기간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영구임대주택을 지어서 주거 사다리를 탈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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