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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허유와 소부

 

 

중국 역사는 무궁무진의 스토리텔러다. 호기심도 제일이고 머리도 으뜸인 학자가 평생을 바쳤더라도, 그는 노년에 코끼리의 새끼발톱을 만진 인생이었다, 고 술회해야 할 것이다. 그 중 우리에게도 익숙한 '요순시대'라는 태평성세가 있었다. 4000-5000년 전이었다. 자료에 의하면, '요'(堯)는 인류역사 5000년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성군(聖君)이었다. 현대의 국가지도자들 중에는 역시 하나의 전설이 된 호세 무하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떠오른다. 이 분은 아흔 살의 노인인데 아직도 1987년형 소형차를 운전하며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요임금을 성군으로 만든 또다른 업적은 아들에게 왕위를 승계하지 않고 천하를 다스리기에 최적의 인물을 찾아다녔다는 점이다. 그 큰 올바름이 또 하나의 신화가 되어 그 장구한 세월 동안 동양세계의 정치사상과 시문학에 마치 펄펄 뛰는 생선처럼 살아있다. 정보를 종합한 결과 허유(許由)가 최적이었다. 

 

"선생이 내 자리를 이어주시오."
"뱁새는 숲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뭇가지 두셋만 있으면 됩니다. 두더지도 황하의 물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목을 축이면 족합니다."


왕은 다시 찾아가서 간청했으나, 허유는 그 역시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는 바로 영천강으로 가서 급하게 귀를 씻었다.

 

그때 소부(巢父)가 지나면서 "왜 그리 귀를 씻는가?" 물었다. 사연을 들은 친구는 "내 소에게 더러운 물을 먹이지 않으려고 더 위로 올라간다."며 허유를 나무랐다. 임금이 찾아올 수도 있는 곳에 어슬렁거리는 자는 진정한 은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요'는 결국 '순'(舜)을 택하여 자신의 80년 치세를 잇게 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요순시대'의 약사(略史)다.

 

이웃 나라 고대사를 가져온 이유는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를 까기 위함이다. 보수진보 좌우중도 그 어디에 속하든, 지금 우리의 정치판은 한 마디로 '더럽다'. 진흙탕 구르는 개들이다. 5000년 전, 저 3인방의 소통내용에서 '더러움'이라 할 수 있는 점이 0.1이라도 느껴지는가. 오히려 인류사회가 간절하게 원하는 고품격 정치의 원형 아닌가.

 

이 나라 정상배들 가운데 이 두 종류의 '더러움'을 구분하여 이해하고, 전자에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300명 중 10명이나 될까. 나머지는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 모리배인지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그곳이 편하고 유리하기 때문에 거기서 구르는 자들이다. 

 

대선, 1년 남았다. 지금 거명되는 자들의 행보와 세치 혀는 가히 망국적이다. 어떤 품격도 비전도 듬직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대부분 군수선거에도 자격이 안되는 자들로 보인다. 과분했던 경력, 내실없는 허명으로 5000만 씨알과 8000만 민족의 생사여탈권을 갖게 될 정치를 '더러움'의 산업으로 확정하려 한다. 이 과제도 결국 씨알들 몫이다. 이 고난, 길고 모진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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