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성민이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되었다고 해서 잠시 소란이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고려대 재학생이 개설했다는 박탈감닷컴 따위를 보면, 대학 졸업도 않고 취업 노력도 없는데 9급 공무원 시험이나 행정고시 등 공정한 경쟁도 치르지 않고 단박에 1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시기와 불만이 대부분이다. 각설하고, 일각의 대학 졸업 운운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기로 한다.
11년 전 한 학생이 대학을 그만둔다며 자퇴를 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은 2010년 3월 10일 고려대 정문에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오늘 저는 대학을 그만둡니다.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없는 죽은 대학이기에’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김예슬은 고등학생이던 2005년부터 대학생나눔문화에서 고전을 배우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는 현장을 익히고, 농촌활동을 하며 세상을 알아갔다. 학이시습의 과정에서 훌쩍 커버린 김예슬이 경험한 대학은 죽은 대학이었다. 김예슬은 현재 박노해 시인이 설립한 시민단체 나눔문화의 사무처장이다.
박성민 비서관은 이미 정치인이다. 박성민은 공개 오디션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민주당 청년대변인이 되었다.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위원까지 했다. 정치인이 되는 데 대학교 졸업장이 꼭 필요한가?
지금 대학에서 진리 탐구니 인격 도야니 하는 본래의 목적은 상실된 지 오래다. 대학 졸업장은 하나의 스펙 증명서일 따름이다. 그것도 가급적 소위 서울의 일류대학 졸업장을 쟁취하기 위해 목숨 걸고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정의라고 하는 비뚤어진 공정 개념이 20대 청년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고전 읽기는 사치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불행한 세태다.
김예슬은 그 참혹한 현실을 경험한 터라 대학을 거부하고 자퇴했던 것이다. 지금도 마음으로는 숱한 김예슬이 있을 것이다. 단지 용기가 없어서 버티며 졸업장 하나 받으려고 지옥 같은 경쟁에 참여하고 있을 따름이다.
김예슬 이후 대학은 살아났을까? 유감스럽게도 회생의 기미마저 없다. 스펙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졸업장 장사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젊은 청춘들이 걸핏하면 공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렇게 구조적으로 교육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수들은 아무도 읽지 않는 유명 학술지 논문 쓰느라 바쁘고, 대학은 교수들에게 학생들 취직시키라고 닦달하고, 교육부는 아무런 대책도 정책도 없다. 공정의 문제를 공정이라는 좁은 관점으로 풀려고 하면 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